‘슬램 덩크’ 강백호가 스모를 한다면···‘리키시’[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스모’라고 하면 어떤 인상이 떠오르시나요. 전 ‘엉덩이를 훤히 드러낸 거구의 남자들이 흙바닥 경기장에서 단순하게 부딪히는 일본 전통 경기’를 떠올렸습니다. 우연히 스모 경기를 영상으로 본 적은 있습니다만, 큰 흥미를 갖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모 선수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임 캐릭터 혼다(스트리트 파이터)가 더 익숙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리키시>는 스모 선수가 주인공입니다. 유도 선수였던 오제(이치노세 와타루)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스모 도장 관장 엔쇼(피에르 다키)의 설득에 스모에 입문합니다. 하지만 오제는 순순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도장 선배들에게 대들기 일쑤입니다. 반복적인 훈련은 거부합니다. 불성실하고 제멋대로인 오제는 도장의 골칫거리지만, 엔쇼 관장은 어떻게든 오제를 좋은 선수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오제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스시집을 차렸다가 망한 아버지는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큰 사고를 당해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만 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노골적으로 젊은 남자와 사귑니다. 오제는 그런 부모를 원망하면서도 연을 끊어내지는 못합니다.
<리키시>에는 오제 말고도 여러 스모 선수가 등장합니다. 하나 같이 오제처럼 가족 문제로 힘겨워 합니다. 얼굴 한쪽에 화상 흔적이 있는 시즈우치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연승을 이어가는 선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동생에 얽힌 끔찍한 가족사를 간직한 채 살아갑니다. 매너와 실력을 겸비해 큰 인기를 누리는 류키는 과거 요코즈나(스모 최고 계급)였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기를 펴지 못합니다.
<리키시>는 <슬램 덩크> 같은 스포츠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해당 종목에 별 관심 없던 이단아가 뒤늦게 매력을 깨닫고 진심으로 열정을 불태운다는 흐름이죠. 오제도 그렇습니다. 오만불손한 태도로 건성으로 운동 하다가,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를 만나 충격을 받고, 벽을 넘어서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모에 임하는 자세도 진지해집니다. 힘든 데다가 왜 해야 하는지 모를 반복적인 동작인 ‘시코’도 누구보다 열심히 합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8010942001
역사가 길고 관습이 복잡하며 구세대의 권력이 탄탄한 많은 분야가 그러하듯, 스모도 종종 구시대의 행태가 문제 되곤 합니다. 얼마 전 일본의 전 스모 선수는 “스모계에선 전통문화라는 이름 아래 인권을 무시하는 관행이 묵인되어 왔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리키시>에도 그러한 악습이 일부 다뤄집니다. 용변을 본 선배가 큰 덩치 때문에 뒤처리가 곤란하자 후배에게 시키는 장면이 첫 회부터 등장합니다. <리키시>에는 정치부 기자였다가 좌천돼 아무 관심도 없는 스모 취재를 맡게 된 젊은 기자 구니시마가 등장합니다. 구니시마는 취재 중 확인한 인권 침해에 놀라 오제에게 “취재에 응하면 보도하겠다”고 제안하지만, 오제는 단박에 거부합니다. 결국 구니시마가 스모의 매력에 빠져 열심히 취재하고 오제를 응원하는 모습은 <리키시>가 영락없는 ‘일본’ 드라마라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총 8회로 구성돼 있습니다. 8회 마지막 장면에 오제가 결정적인 대결을 시작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시즌 2 제작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리키시’(力士)는 스모 선수를 뜻한다고 합니다.
‘강백호’ 지수 ★★★★ 겉돌다 스며들어 노력하고 부딪히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지수 ★★★ 전통인가 구태인가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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