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갈등, '신상박제' 대결까지…자녀까지 탈탈, 도넘었다

김도균 기자, 하수민 기자 2023. 9.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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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돌봐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 측이 온라인상에서 서로의 신상을 공개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양측의 신상 공개 수위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김무훈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해당 SNS 계정의 경우 신상 공개 대상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볼 여지가 커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사이버상 명예훼손의 경우 '전파성'이 높아 일반 명예훼손보다 가중처벌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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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 계정 운영자는 '캣맘', '캣대디'로 불리는 '케어테이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길고양이를 돌봐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 측이 온라인상에서 서로의 신상을 공개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이 가능한 사안인 만큼 자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 공간에는 '저장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복수의 계정이 활동 중이다. 일부는 '캣맘', '캣대디'로 불리는 '케어테이커'(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 편에서 동물학대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케어테이커의 활동에 반대하는 이들은 케어테이커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놨다. 이 계정은 "열사님을 소개한다"며 조롱하듯 케어테이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양측의 신상 공개 수위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대상자의 이름, 사진은 물론 휴대폰 번호와 주소까지 노출하고 있다. 또 일부 게시글에서는 대상자의 직장, 학교 정보까지 드러난다.

8일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 계정 운영자는 동물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저장소 계정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신상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대부분 신상이 공개된 이들의 자녀들이다. 학대 행위자라며 한 남성의 신상을 공개한 계정의 게시글에는 대상자 자녀의 이름, 나이가 버젓이 적혀있다. 이에 더해 해시태그를 통해 아이들이 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 정보도 공개됐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본다.

김무훈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해당 SNS 계정의 경우 신상 공개 대상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볼 여지가 커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사이버상 명예훼손의 경우 '전파성'이 높아 일반 명예훼손보다 가중처벌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유포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5년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신상공개 계정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식한 듯 치밀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한 계정 운영자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판 등 실명기반 사이트에 학대범들 신상·얼굴을 공유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며 "욕하고 싶으면 가계정으로 여기에 댓글을 달든 유튜브 가계정으로 관련 영상에 댓글을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SNS의 경우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선 경찰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해외에 서버를 둔 SNS는 게시글 작성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명예훼손' 죄목만으로 한국 수사 기관에게 계정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미국 국내법상 명예훼손이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이와 관련, 일선의 한 수사 경찰은 "서버 운영사로부터 계정 정보 회신이 어렵다 해도 다른 단서를 통해 작성자를 특정하는 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진정으로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 관계자 역시 "진정인(피해자) 조사를 시작으로 다각도의 수사를 통해 작성자를 특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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