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이 쥔 32장의 LG 카드…안 뒤집으면 히든카드인지 뻥카인지 몰라 ‘대권 퍼즐’ 착착[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2년간 쉬면서 공부해보니 시즌 초반에 여러 카드를 많이 써야 시즌 막판 무기가 많이 생긴다.”
LG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캠프,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운영의 플랜 C~D까지 촘촘하게 짜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야구는 생물이고 144경기를 치르면서 언제 누구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염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고 1년이 거의 다 된 이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아찔하다.
마운드만 봐도 그렇다. 전임 감독 시절 상수였던 카드 중에서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카드들이 있다. 마무리 고우석부터 조금 굴곡이 있다. 셋업맨 정우영, 선발 김윤식, 이민호 등이 그렇다. 최근 회복했으나 케이시 켈리도 시즌 내내 안 좋았다. 이 중요한 시기에 아담 플럿코는 아예 자리를 비웠다.
아무리 준비를 촘촘하게 하는 염 감독이라고 해도 이 많은 변수까지 다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 염 감독은 약 10년간 히어로즈, SK, LG에서 감독과 단장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비교적 순위 싸움에서 여유가 있는 시즌 초반에는 기존의 전력 틀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써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LG는 8일 광주 KIA전까지 1군에서 쓴 투수가 무려 32명이다. 9일 KIA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투수로 나갈 손주영까지 33명. 타 구단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그만큼 계획대로 안 풀렸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팀 평균자책점 3.65로 1위인 걸 감안하면 염 감독의 임기응변능력과 지략, 혜안이 돋보였다고 봐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선발 이민호, 김윤식, 불펜 정우영, 이정용을 고집했으면 지금 4위 정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절대 선수를 키울 수 없다”이라고 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마무리캠프에서 수립한 각 플랜의 효율성, 당위성을 스프링캠프에서 확인하고 시즌 들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동 못할 수많은 변수에 휩싸이면 그 순간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단과 합을 맞춰 개개인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즉각 제시했고, 긴 호흡을 통해 살릴 선수를 살렸다. 켈리, 그리고 8일 KIA전서 호투한 김윤식,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이정용, 시즌 중반까지 선발진에서 분전한 임찬규 등이 대표적이다.
그 사이 새롭게 발굴한 카드가 불펜에 많다. 유영찬, 박명근, 백승현 등이 대표적이다. 7일 수원 KT전 막판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서 나간 오석주를 두고서도 “우리가 메이저 투어(히어로즈 감독 시절부터 유망주들에게 의도적 1군 경험치 제공, 성장의 동력 유도)에서 건진 투수다. 구속은 느려도 변화구가 다양하고 커맨드가 된다”라고 했다. 함덕주도 트레이드 후 자리를 못 잡다가 염 감독을 만나 재기했다.
이들 중 일부는 캠프 때 플랜 B, C, D~~의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자원들만 믿지 않고 과감히 1군에서 써보며 활로를 뚫었던 게 주효한 것도 사실이다. 염 감독은 “SK에서 나온 뒤 2년간 쉬면서 이런저런 공부를 해봤다. 다양성을 가질 때 훨씬 팀 성적이 좋다. 시즌 초반에 여러 카드를 써봐야 시즌 막판에 나한테 무기가 많이 생긴다”라고 했다.
물론 염 감독은 자신이 부임하기 전에 LG가 미리 뎁스를 잘 갈고 닦은 게 훨씬 크다고 인정했다. 이 부분은 LG 프런트의 역량이다. 재료가 없고 부실하면 백종원 대표도 맛있는 요리를 못 만든다는 얘기다. 실제 염 감독은 “원래 그렇게 하면 실패가 많다. 50% 이상 그렇다”라면서 “LG가 자원이 많아서 이렇게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결국 염 감독은 대권을 위해 일일이 히든카드인지 뻥카인지 뒤집어봤고, 결실을 맺으러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분명 리스크가 컸지만 구단의 준비, 자신의 노하우 등으로 극복해냈다. 그 결과 LG는 1군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예년보다 상당히 늘어났다.
염 감독은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특히 불펜투수의 경우 일관성, 안정성이 가장 떨어지는 파트라고 지적했다. 실제 확실한 구위를 갖고 있는 투수가 아니면 2~3년 이상 롱런하는 불펜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더 이상 필승조를 2~3명으로 수년간 돌려막기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염 감독 역시 현대야구의 이런 흐름을 일찌감치 체크하고 대비했다. 참고로 이번 4연전 파트너 KIA가 올해 불펜이 좋아진 것도 결국 필승조를 특정 1~2명에 의존하지 않기 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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