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길냥이 보호조례' 제정 가능할까?…'중성화 수술, 급식소 설치'[노컷체크]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세금들여 고양이 밥주냐" 찬반양론 팽팽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충남 천안시의회가 길고양이 보호조례를 제정하려고 한다는데요. 의회 홈페이지에 세금을 투입해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에 대한 찬반양론이 쏟아지고 있다고요. 오늘은 이 길고양이 돌봄과 관련된 팩트체크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천안시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조례, 과연 무슨 내용인지 짚어보죠.
◆선정수> 천안시의회 길고양이 보호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천안시민이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시행할 책무를 시장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시민은 천안시 정책에 협력하고 길고양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시장이 3년마다 길고양이 보호·관리 계획을 세우고, 길고양이 개체수를 적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의 실시 근거를 마련했고,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조태임> 길고양이를 천안시가 예산을 들여서 돌보겠다. 이런 내용이군요. 그런데 이런 비숫한 내용은 다른 지자체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 많은 언론들이 <전국 최초 길고양이 보호조례 추진> 이런 식으로 기사를 다뤘어요. 어떻습니까?
◆선정수> 전국 지자체의 조례를 확인할 수 있는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파악한 결과 '길고양이 보호 조례'로 이름 붙은 관련 조례는 없었습니다. 천안시의 해당조례가 첫 사례라고 볼 수도 있죠.
그러나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과 급식소 설치 의무를 규정한 조례는 굉장히 많습니다. 서울 강동구는 2013년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전국 최초로 길냥이 급식소를 만든 곳이기도 하죠. 2013년 조례에는 길냥이 중성화 사업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고 2017년 개정 때 길냥이 급식소 설치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이후 서울특별시와 각 자치구로 유사한 내용의 조례가 확산됐습니다.
경기도 등 광역 자치단체도 비슷한 조례를 만들어 길냥이 중성화와 급식소 설치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내용 면으로 봤을 때는 '전국 최초'라고 하기에 좀 멋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조태임> 길고양이 보호 조례라는 이름은 처음이지만 내용은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네요. 그런데 왜 논란이 되는 것이죠?
◆선정수> 해당 조례안이 예고되고 관련 보도가 나간 뒤에 천안시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불이 났습니다. 지난해 7월 첫 게시물이 올라온 이후 전체게시물 1865건이 올라왔는데요. 이 가운데 1600여건이 지난달 22일 이후 작성된 길고양이 보호 조례에 관한 찬반 의견입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강한 반감을 쏟아내고 있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직적으로 반대글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그에 못지않게 동물권을 옹호하는 시민들이 쓴 글도 많이 보입니다. 사실 길고양이 돌봄과 관련된 갈등은 굉장히 해묵은 이슈거든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주로 캣맘 또는 캣대디라고 부르는데요. 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또는 고양이가 싫은 사람들이 이들과 갈등을 빚는 것이죠.
◇조태임> 네 굉장히 오래도록 지속된 찬반이 엇갈리는 문제이긴 합니다. 일단 찬반 양측 입장부터 알아보죠.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분들, 또는 돌봐야 한다는 분들의 주장은 뭔가요?
◆선정수>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를 갖고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들도 생명이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천안시 길냥이 보호조례안을 대표발의한 복아영 시의원은 2021년 11월 천안시의회 본회의에서 "천안시도 길고양이 관련 정책 및 사업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길고양이와 공존도시 및 생명 존중도시로 나아가길 바랍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길에 사는 고양이도 생명인데 본래 습성을 유지하면서 괴롭지 않게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입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동기로는 동정심,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집에서 키울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사명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조태임> 살아있는 생명이니 살게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는게 가장 큰 이유가 될 것 같은데요. 그럼 길고양이 돌봄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뭔가요?
◆선정수> 길고양이로 인해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고양이 때문에 주차해놓은 차량이 손상된다든지, 고양이 울음 소리 때문에 피해를 당한다든지 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합니다. 겨울에 노상에 주차된 차량 엔진룸에 남아있는 온기를 쫓아서 고양이가 왕왕 들어가는데요.
이걸 모르고 시동을 걸면 고양이가 죽거나 다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도 상하게 되구요. 현행법 상으론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떤 배상 또는 보상도 받을 수 없습니다. 먹이를 찾는 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를 헤집는 사례도 있고요.
야생조류 애호가들은 고양이가 새를 사냥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왜 길고양이에게만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며 다른 동물과의 형평성을 제기하기도 하구요. 길고양이에게 투입할 세금을 빈곤층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태임> '고양이도 생명이니까 살 수 있도록 해주자' 이런 의견이 있고, '길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데 왜 세금으로 돌봐주냐'.이런 의견이 엇갈리는 거네요. 그럼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선정수> 일단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골목이나 마을 단위로 고양이 영역권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길고양이 돌봄을 허용할 거냐.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 때 이런 마을 단위 합의를 이끌어내고 지원하는 시책이 포함되면 좋을 것 같구요. 길고양이를 사랑해서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라면 피해를 당하는 이웃을 설득할 용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을에서 길고양이 돌보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갈등이 일어날 일도 없을 것 같구요.
◇조태임> 그런데 비둘기 사례를 보면 지자체들은 먹이 주지 말라고 한단 말이죠. 비둘기떄문에 이웃이 고통받고 있다. 비둘기에게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해라.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본 기억이 있어요. 고양이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선정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않으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이런 논란이 있어요. 고양이는 1년에 2~4번 정도 발정을 하는데요. 사람이 먹이를 주지 않으면 발정 횟수가 줄고 먹이를 줘서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횟수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길고양이 개체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길고양이 중에서도 인간 의존성이 강한 개체들이 있는데 이런 개체들은 먹이 공급을 중단하면 스스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고요. 일부는 쓰레기를 뒤지거나 새 또는 쥐를 잡으면서 살아남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왜 비둘기 먹이는 안 되고 고양이 먹이는 되냐? 이건 '캣맘·캣대디'의 존재가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비둘기 모이 주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캣맛·캣대디'처럼 수가 많지도 않았고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죠. 고양이는 굉장히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사람 곁에 살았고, 쥐를 잡는다는 인간에게 유익한 행동을 하는 존재라는 인식도 강했죠. 그런데 비둘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도입돼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구요. 무엇보다 사람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내세울만한 뭐가 없었던 게 결정적이죠.
◇조태임> 길고양이를 돌보는 개인이나, 동물권보호단체, 정부, 지자체, 심지어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동의하는 거죠?
◆선정수> 네 극히 일부 개인들은 길고양이도 마음껏 번식하면서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가진 분도 계시다고는 하는데요.
캣맘 사이에서도 길고양이 개체수가 적정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일단 좁은 면적에 길고양이 개체수가 급증하면 영역 다툼이 생기면서 민원이 늘어납니다. 고양이가 싸우면 굉장히 살벌한 소리를 내거든요. 굉장히 치열한 격투가 벌어지면서 유혈이 낭자하고 끔찍합니다.
그런데 계속 밥을 주고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개체수는 엄청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그럼 지역이 감당을 못하고 결국 주민과 갈등이 빚어지게 돼 있는 겁니다. 그래서 해법으로 제시되는 게 중성화 시술입니다.
길고양이를 포획해서 안락사시키면 그 영역으로 다른 고양이가 밀고 들어온다고 해요. 그래서 기존에 영역을 지키던 고양이를 포획해서 불임시술을 한 다음에 원래 살던 곳에 놔주면 그 고양이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는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죠. 시술을 받은 고양이는 공격성도 약해지고, 발정도 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과 갈등을 빚을 여지가 굉장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조태임> 그런데 일각에선 이 중성화 시술이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죠?
◆선정수> 네 새 애호가들 위주로 나오는 주장인데요. 중성화 수술을 해도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런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또 중성화 수술이 효과를 보려면 한 지역에 살고 있는 개체의 70% 이상이 중성화돼야 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민원 대응식으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정부는 효과가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중성화 사업을 통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길고양이 35만8000여 마리에 대해 중성화를 실시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7대 특‧광역시의 길고양이 개체 수(㎢당 마릿수)를 조사한 결과 길고양이 숫자는 2020년도 273마리에서 2022년도 233마리로 감소하였으며, 자묘(새끼 고양이)의 비율은 2020년도 29.7%에서 2022년도 19.6%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조태임> 정부가 이 길고양이 문제에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네요 정부 대책 좀 설명해 주시죠.
◆선정수> 정부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성화 시기, 방식 등을 개선할 계획입니다. 매년 연초에 길고양이 중성화를 시행하는 병원 등을 선정해 3월부터 중성화를 시행했는데요. 고양이의 임신과 출산 및 수유(授乳)가 없는 겨울에 중성화를 시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의 중성화 사업자 계약기간을 3년 단위 내로 허용하기로 했구요. 고양이가 집단서식하는 곳에 집중적인 중성화 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군집 중성화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과도한 길고양이 먹이 주기 등 보호 활동이 길고양이 번식력을 높여 개체 수 조절의 효과를 제약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내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조태임> 네, 지금까지 모아모아팩트체크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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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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