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사우디에 공들이는 K-바이오, 진출 꿀팁은 [남정민의 붐바이오]

남정민 2023. 9. 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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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970년대 ‘기회의 땅’이었던 중동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화되면서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 기계업뿐 아니라 반도체, 인공지능(AI), 정보통신(IT) 그리고 바이오 기업들도 제 2의 중동 붐을 노리고 있습니다. 중동 국가들은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데다, 더운 날씨 탓에 실내활동이 늘어나다보니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업 다각화를 골자로 하는 ‘비전 2030’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인데, 의료클러스터만 20개~30개를 짓는 것이 목표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이달 ‘2023 중동 법률 이슈 체크:투자 및 헬스케어 분야’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공유됐던 ‘팁’들을 이번 붐바이오에 담아보려 합니다.

"사우디 국적자 고용의무 체크해야"

사우디 국적자 고용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배지영 마투크 바시우니(Matouk Bassiouny) 변호사. 남정민 기자

중동 유수 로펌 마투크 바시우니(Matouk Bassiouny)에서 일하고 있는 배지영 변호사(사진)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대해 “지난 10년간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된 수준(상전벽해)으로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인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구시대적이었던 법체계부터 뜯어 고치는 중입니다. 배 변호사는 “세계 2차대전을 전후하고 서양식 법전으로 바꾸지 않은 나라는 그간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일했다”며 “기존 이슬람법 기반 제도로는 (해외 기업들이) 겁나서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국가 사법시스템을 현대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법체계가 정비되면서 민법, 상사질권법 등이 제정되는 중입니다. 그중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항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 고용의무라고 배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용주가 근로자를 고용할 때, 사업내용이나 전체 근로자 수에 따라 일정비율의 근로자를 사우디 국적자로 고용해야 합니다. 자국민 고용 비율에 따라 기업의 등급을 나누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발급 절차도 이뤄지게 됩니다.

처음 회사를 세울 때가 아니라 비자를 갱신할 때 이 비율을 봅니다. 이게 되게 큰 문제에요. 비용문제도 있고요. 사우디에 진출할 때 이 고용의무를 고려해서 전체 고용인원 이나 파견인력 규모를 결정해야 합니다. 반드시 미리 체크하시고 그에 따라 프로젝트 가격 등을 정해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배지영 변호사

"의료클러스터 주목"

사우디아라비아 의료클러스터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송영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남정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가장 큰 의료기기 헬스케어 시장으로 꼽힙니다. 2021년 기준 시장규모는 20억9000달러(약 2조6600억원) 수준입니다. 

송영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사진)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짓고 있는 의료클러스터에 주목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예산 중 의료는 교육, 국방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지출분야입니다. 제가 사우디아라비아 보건의료 환경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의료클러스터입니다. 작년부터 시작됐는데, 미국 상무부는 이 클러스터를 엄청난 기회(tremendous opportunity)로 표현했습니다. 

하나의 행정구조 안에 1차 의료, 종합병원, 전문클리닉을 통합 운영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작년에 2개의 클러스터가 구축됐고 최종적으로 20~30개를 짓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 상무부에서는 미국 기업들에게 NUPCO(사우디 정부조달청)에 등록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송영주 고문

유럽 미국 등에서 먼저 허가를 받아야 하는 한계도

물론 기회의 땅에 진출한다는 것이 항상 탄탄대로일 수만은 없습니다. 중동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기회라면, 세계 다른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이 무조건적인 블루오션은 아닙니다. 레드오션일 수도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시장의 98% 이상이 수입품인데 이중 30% 이상이 미국, 50% 이상은 유럽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도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도 챙겨야 합니다.

허가에 대한 규제는 어느 나라에나 다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의료기기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미국, 호주, 일본, 유럽등에서 먼저 허가를 획득한 제품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송영주 고문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대한 애로사항을 털어놓은 기업도 있었습니다.
현지 대리인을 통해 제품을 등록하기 때문에 일정의 불확실성 측면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하지만 현지 인허가제도가 유럽인증(CE)을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의 허들을 낮추려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세계적 신임도가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에 품목허가 신청을 한 A사 관계자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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