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토 페이에 따라 잡힌다?… 카드업계 초비상

강한빛 기자 2023. 9. 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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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더 커진 ICT 공룡 '네카토' 공습①] 간편결제사 1위, 카드사 1위 추격

[편집자주]빅테크는 메기가 아닌 공룡이었다. 빅테크 네카토(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가 발톱을 꺼내 레거시금융(전통금융)을 할퀴고 있다. 빅테크 간편결제액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지급결제시장을 주도해 온 신용카드사들을 위협 중이다. 빅테크들은 기술력과 편의성을 앞세워 보험에 이어 은행, 증권업계에서도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다. 빅테크에 기존 금융사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공정 경쟁이 불가능하단 이유에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네카토 페이에 따라 잡힌다?… 카드업계 초비상
②막내 토스 반란, 인터넷은행·증권 판도 흔든다
③'빅테크 공룡' 네카토 보험 비교·추천 곧 출범… 파장은?
④20세기 금산분리, 은행 '이자장사' 비난 속에 공회전
휴대폰 하나로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열리면서 신용카드의 텃밭으로 불리던 결제시장이 간편결제회사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편리성과 접근성으로 무장해 시장에 등장한 네카토(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는 빠른 속도로 카드사들의 존재감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1위 간편결제사 네이버페이는 2년 내 연간 결제금액 100조원을 달성해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를 따라잡겠다는 청사진까지 세웠다. 간편결제사들의 경쟁상대는 이제 간편결제사에만 국한되지 않는 모습이다.


카드사 잡는다… 빨라진 네카토의 시간


이른바 '○○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최근 몇 년 새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일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건수는 2628만2000건, 이용금액은 8450억5000만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건수는 13.4%, 금액은 16.9% 증가했다.

간편결제는 모바일에 미리 저장해둔 신용카드, 은행계좌 등의 정보 또는 충전한 선불금 등을 이용해 거래 시 비밀번호 입력, 단말기 접촉 등의 방법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전자금융업자 37곳, 삼성전자(삼성페이) 등 휴대폰제조사 3곳, 카드사(9곳)·은행(6곳) 등 금융회사 15곳이 서비스를 선보인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을 제공업자별로 보면 전자금융업자가 49.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금융회사(25.7%·), 휴대폰제조사(25.1%) 순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네·카·토가 시장을 쥐고 있는 셈으로 이젠 결제를 위해 지갑에서 카드, 현금을 꺼내기보다 이들 앱들 켜는 이들이 늘었다는 소리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호응이 좋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모바일 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20·30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0명 중 9명은 간편결제 서비스로 빅테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을 등에 업고 있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토스는 앱 하나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수퍼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425만명으로 집계됐고 토스는 1500만명, 네이버페이는 지난 8월 말 기준 1680만명을 돌파했다.


이러다 밀릴라… 위기 커진 카드사


네이버페이 박상진 대표가 팀네이버의 컨퍼런스 '단23'에서 기술로 금융을 넓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네이버페이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사진=네이버페이
간편결제사의 입김이 세지면서 카드사들은 견제가 커진 모습이다. 특히나 네이버파이낸셜은 간편결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대외 사명을 '네이버페이'로 바꾸고 로고까지 뜯어 고쳤다. 간편결제를 서비스 중 하나가 아닌 회사의 정체성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에서다.

카드사의 입지도 넘보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는 지난달 네이버컨퍼런스에서 "서비스를 선보인 2015년 첫해 연간 네이버페이 간편결제 이용금액 1조원에서 시작해 올해는 60조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며 "2025년엔 연간 간편결제로 100조원을 달성할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어 "참고로 100조원대는 국내 대표 카드사들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결제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박 대표는 이미 수치로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2021년 38조1000억원에 머물렀던 네이버페이 간편결제 이용액은 지난해 48조9000억원,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의 절반을 넘긴 28조원으로 집계됐다. 남은 하반기 내 32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23%나 성장한 수치다.

박 대표의 자신감에 떨고 있는 건 카드사들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국내 이용금액 기준 개인 고객의 신용판매(일시불+할부) 금액은 지난해 131조476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삼성카드 119조1738억원 ▲현대카드 107조2816억원 ▲KB국민카드 102조8278억원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60조4331억원을 기록했으며 하위권 카드사인 ▲우리카드(44조762억원) ▲하나카드(38조6155억원)는 100조원의 절반 수준인 50억원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카드사들이 가만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편의성이 확보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로 몰리는 건 거를 수 없는 대세로 생각한다"며 "카드사들은 이젠 서로를 단순 경쟁 상대로 보기 보다 같이 경쟁력이 확보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뭉치지 않으면 간편결제사에 밀리고 말 것이란 위기감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카드사 사이 카드 상호연동 서비스 '오픈페이'도 시작했다. 고객이 1개의 카드사 결제앱(플랫폼)으로 카드사(발급사) 구분 없이 여러장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조회할 수 있는 것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 빅테크에 대항한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하지만 반년이 지났지만 그럴듯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국내 9개 카드사 중 절반인 신한·KB국민·롯데·하나·비씨카드만 참여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3월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존재감도 밀린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간편결제사들이 외연확장을 통해 확보된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카드사의 결제 및 금융(카드론, 현금서비스) 서비스에도 위협이 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서 교수는 "카드사도 충성고객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금융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노력을 통해 다양한 거래가 카드사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종국적으로는 종합금융사 또는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나아가려는 중장기 포석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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