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오른 것도 힘든데 내 주식 왜이래”…11월 파월 마음 두고 흔들리는 코스피 [권제인의 일‘주’읽]

2023. 9.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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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에 11월 FOMC 금리 인상 우려
아이폰 금지령에 애플 시총 200조원 증발
하이닉스 미국 추가 제재 가능성…기술주 투심 ↓
[연합, 123rf]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기름값 상승으로 기름 넣기 무섭다는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주식 투자자는 주가 하락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는 듯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결정이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재개될 수 있어 주식시장에는 큰 부담입니다. 이에 채권 금리는 상승하고 국내외 주요 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으로 애플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기술주들은 추가 악재를 만났습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 자극할까…11월 FOMC 금리 인상 우려
[네이버페이증권 갈무리]

이번 주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대비 0.34% 하락한 2547.68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코스닥 지수도 1.53% 내린 914.18로 금요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공급한다는 소식에도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는 7만원선을 겨우 지키는 데 그쳤습니다.

주식시장을 끌어내린 가장 주요한 소식은 원유 가격 상승이었습니다. 수요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브렌트물 선유 종가는 90.60달러를 기록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90달러선을 넘겼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WTI 선물 가격은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국제 원윳값이 급등하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에 포함되지 않지만, 운송비, 소비재 등의 가격을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금요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42.7%에 달합니다. 한 달 전 30.7%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우려는 커졌습니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이 최고점에서 내려왔고 이는 환영할 만한 발전이지만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는 적절한 경우 금리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 하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아이폰 금지령에 미국 추가 제제 우려…기술주 투심 ↓

추가 금리 인상 및 고금리 장기화와 더불어 미중 갈등도 기술주 주가를 크게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단 우려에 이틀만에 시가총액이 200조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한때 3조 달러를 넘어섰던 시가총액도 2조7760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주가 하락은 중국 정부가 최근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금지령’은 정부와 국영기관을 넘어 공공기관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한 여성이 화웨이 스마트폰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

전문가들은 중국의 조치가 미국 정부의 압박에 맞선 대응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분쟁이 기술 전쟁 양상으로 발전하자 핵심 기술 자립에 공을 들였고, 지난 수년간 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애플뿐만 아니라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에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금요일 SK하이닉스는 전날 종가 대비 3.71% 내린 11만41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화웨이 스마트폰 신제품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 정부의 제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2020년 5월 미국 정부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한국 기업에 대해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가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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