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19) 농구 김선형
악재 쌓인 추일승호의 '믿는 구석'…아시아 최고 가드 위상 입증할까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남자 농구 대표팀 앞에 쌓인 악재가 한두 개가 아니다.
대표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지역 예선에 불참, 지난달 25일 개막한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본선을 밟지 못했다.
개최국 시리아가 여행 금지 국가라는 안전상 이유로 지난달 12일 개막한 파리 올림픽 사전 예선 대회도 나서지 못해 내년 올림픽 본선행 가능성도 사라졌다.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2027년까지 참가할 수 있는 대규모 국제 대회가 이번 아시안게임뿐이라는 뜻이다.
몇 년간 집중할 대회가 이번뿐인데도 대표팀은 최정예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현재 포워드 중 최고 기량을 지녔다고 평가받은 이현중(일라와라), 여준석(곤자가대)이 소속팀 적응 차원에서 빠졌다. 국내 대표 포워드인 오세근(SK), 최준용(KCC)도 부상 등 이유로 함께하지 못한다.
이들의 공백을 메울 포워드 문성곤(kt)도 지속적 발목 통증으로 지난달 하순 이탈했다.
2m 내외의 주축 포워드 자원이 대거 빠진 가운데 전반적인 실전 경험도 매우 부족하다.
어렵게 일본 전지훈련이 성사돼 지난 5일부터 후쿠시마·센다이 등에서 현지 프로팀과 연습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국가대표팀 간 수준의 압박을 경험할 수는 없다.
불거지는 우려 속에서도 추일승 감독의 '믿는 구석'은 지난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선형(SK)이다.
추 감독은 지난해 FIBA 아시아컵을 앞둔 시점부터 김선형을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분류했다.
왼 무릎을 다쳐 결국 아시아컵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포워드 농구를 선호하는 추 감독에게는 김선형처럼 기술적으로 능수능란한 가드가 필요하다.
포워드들을 통해 운동량·리바운드를 앞서며 조금씩 유리한 판을 조성하는 와중에도 결정적 순간에는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창의적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 프로농구 최고 가드였다.
정규리그 54경기 평균 16.3점 6.8어시스트를 올리며 양 부문 모두 자기 기록을 갈아치운 김선형은 프로농구 사상 최고로 꼽히는 운동능력과 기술적 역량이 어우러지며 기량이 정점에 올랐다.
고무적인 점은 국내에서 뽐낸 기량을 동아시아 무대에서도 가감 없이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클럽 대항전인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챔피언스위크에서도 김선형은 펄펄 날았다.
특히 중화권 팀 베이 에어리어전에서 미국프로농구(NBA)의 하부리그인 G리그 출신 가드 마일스 파월을 상대로 22점 7어시스트를 몰아쳐 18점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김선형은 이번 대회에서 단순한 '야전사령관' 이상의 임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포'라 할 만한 선수들이 빠진 터라 직접 공격에 나서 득점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매서운 공격력을 입증했다.
준우승으로 빛이 바랬지만 개인 기록만 보면 김선형은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 최고의 선수였다.
7경기 평균 18.3점 8.6어시스트를 올린 김선형은 운명의 7차전에서는 37점 10어시스트를 폭발하며 서울 SK를 우승 직전까지 끌고 갔다.
김선형에게 이번 대회는 아시아 정상급 선수로서 위용을 드러낼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 제도로 처음 프로농구를 밟은 필리핀 선수들은 정규리그 중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선형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존경심을 보였다.
이같이 국내 위상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를 국제 무대에서도 보여줄 기회가 최근 김선형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아시아컵은 부상으로 뛰지 못했고, 이번 농구 월드컵도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다.
그러는 사이 레바논의 와엘 아라지, 일본의 가와무라 유키 등은 월드컵에서 유럽 팀들을 상대로 기량을 뽐내며 주가를 높였다.
김선형은 이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홈에서 열린 2014 인천 대회 당시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당시 대표팀의 중심을 잡은 가드는 양동근 현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였다. 결승인 이란전에도 김선형은 주로 벤치에서 '형들'이 뛰는 모습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프로 12년 차·35세의 나이에 기량의 정점에 오른 김선형은 이제 9년 전 양 코치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당시 우승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던 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김선형은 지난달 30일 SKT가 후원하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를 위한 출정식에서 "2014년에 금메달 딸 때 선배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이제 내가 최고참이다. 내가 받은 병역 혜택을 후배들에게 똑같이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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