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수령 나이 불안해”…만기·수령액 확실한 ‘국채’ 노후대비책 부상 [유혜림의 株마카세]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1억원 한도로 10년이나 묶어 둬야 세제 혜택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개인들이 국채 투자할 지는 모르겠네요." (2021년 5월)
"국민연금 적립액이 곧 고갈된다는데 국채는 원금 보장도 확실하고 이자까지 보장해주니 노후 준비 수단으로 괜찮은데요." (2023년 9월)
내년 상반기부터 개인투자자들도 매년 최소 10만원, 최대 1억원까지 대한민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원리금을 보장하는 국채인 만큼 한국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지 않는 이상 손실 날 염려가 없어 안정성이 매우 높지요. 노후 대비·자녀 학자금 마련 등 다양한 투자처로 활용할 수 있어 출시 전 부터 반응이 뜨겁습니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매입 자격을 개인으로 한정해 발행하는 저축성 국채입니다. 앞서 2020년 기획재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늘어난 확장재정 기조를 뒷받침하고 개인투자자가 노후 대비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투자용 국채 도입을 추진해왔습니다. 약 3년 만에 정부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국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해 제도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전용 계좌만 개설하면 누구나 개인 전용 국채에 투자할 수 있어요. 청약과 구매는 은행, 증권사 등 판매 대행사 창구나 온라인에서 하면 됩니다. 연간 매입 한도는 1인당 1억원, 최소 매입 단위는 10만원입니다.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받고 총매입액 2억원까지 이자 소득의 14%가 분리과세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싸늘했던 '개인용 국채 투자'에 대한 평가가 2년여 만에 확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10년물과 20년물 두 가지 상품이 있습니다. 일반 이표채가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채워야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어요.
최소 10년 만기까지 진득하게 장기 투자를 해야 혜택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습니다. 중도환매 시에는 원금 100%와 표면금리에 단리 적용된 이자를 지급합니다. 이 때문에 2년 전만 해도 당시 전문가나 여론 반응은 "장기투자 금리로는 나쁘지 않지만 10년 동안 돈이 묶인 수준에 비해 투자유인이 적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차라리 국민연금보다 국채가 낫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앞으로 기금 고갈 문제가 심각해질텐데 "역시 언제,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더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자극한 것이지요. 이는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4050세대에서도 나오는 공통된 반응입니다.
실제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기금 고갈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개선안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연금 받는 나이를 만 65세에서 68세로 늦추는 방안을 이달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연금 받는 나이를 늦추면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사실 명예퇴직 등으로 50세 전에 직장을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는 기간까지 길어지면 노인 빈곤 우려도 커질 수 있지요. 국민들의 ‘소득절벽(소득 크레바스)’ 불안감도 상당합니다. "정년 60세인데 68세에 받으라니 퇴직 후 몇 년 동안을 소득없이 살기란 정말 힘들다" 등 누리꾼의 의견도 상당수예요.
지금까지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더 내고 늦게 받기'라는 일관된 기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금 고갈 문제가 더 심각해질텐데 앞으로는 내가 얼마 받는지도 더 불확실하다" 등 여러 세대 사이에서 원성이 큽니다.
그래서 만기까지 보유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수령액도 시기도 확실한 국채가 노후대비책으로 떠오르게 된 겁니다. 이자는 전월 발행된 국채 낙찰금리인 ‘표면금리’에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달 결정하는 ‘가산금리’를 붙여 연 복리로 지급됩니다.
표면금리를 3.5%로 가정해보겠습니다. 40세 직장인이 59세까지 20년물을 매월 50만원씩 매입하면 60세부터 20년간 매달 세전 기준으로 약 100만원, 세후 기준으로 92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 나이 0∼4세까지 매년 20년물 500만원을 매입하면, 자녀가 대학에 가는 20∼24세 때 매년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가산금리까지 정해지면 수익률이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또 세제 측면에서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매입액 총 2억원까지 이자 소득에 대해 14% 세율로 분리과세도 챙길 수 있어 자산가들 사이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개인용 국채의 투자 매력은 시장금리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국채는 이자가 연 복리로 붙는 게 재미지만 은행 예금금리와 별 차이가 나지 않으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어 함께 잘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싸늘했던 국채를 둘러싼 반응이 바뀐 배경엔 국민연금보다 불안한 '노후'가 더 깊숙하게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국채를 계기로 안정적인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논의되길 기대해봅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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