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로스쿨행에 '복무기강' 강조…경찰대 출신 이탈 막을 묘수 안보인다
로스쿨행 계속 늘어 …힘 실리는 경찰대 폐지론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경찰청이 최근 근무 시간 중 무단이탈이나 온라인 강의 시청을 금지하는 내용의 경고성 공문을 하달했다. 경찰대가 '로스쿨 사관학교'로 전락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수년째 비슷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경찰대 출신 경찰관의 이탈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어 '복무기강 확립'을 외치는 수준에 그치는 모습이다. 이들의 로스쿨행이 계속되면서 경찰대 폐지론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경찰청 "수업 등 이유로 근무 이탈하면 안돼"…로스쿨행 논란에 경고성 공문
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은 최근 '일과시간 외 학업 겸직자 복무 관리 강조 지시'라는 제목으로 전국 18개 시도청 경무과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경찰청은 공문에서 "대학·대학원(로스쿨 등) 재학 및 겸직 경찰관 등 일과시간 외 학업이나 타 업무를 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업무 소홀 등 치안 공백이 발생치 않도록 본청 국·관, 시도청장 및 부속 기관장은 복무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찰청은 구체적인 금지 행동도 예시했다. 수업 등을 이유로 근무 시간 중 근무지 무단이탈 사례가 없도록 근무 상황 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 했다. 또한 근무 시간 중 업무 및 직장교육과 관련 없는 온라인 강의 시청 사례가 없도록 성실한 근무 자세를 확립할 것도 지시했다.
경찰청이 이같이 복무 관리를 강조한 것은 경찰대가 '로스쿨 사관학교'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기 때문이다. 재직 중 교대근무를 이용해 로스쿨에 다니는 경찰대 출신 경찰관들에게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2015년에는 감사원이 육아나 질병 치료 등 사유를 내걸고 휴직을 한 상태로 몰래 로스쿨에 다닌 경찰관 32명을 적발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이후부턴 근무 시간 외에 로스쿨에 다니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이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실에 제출한 '2023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현황'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에 경찰대 출신 합격자는 87명으로 작년 72명보다 15명이 늘었다. 경찰대의 신입생 정원은 50명이지만 로스쿨 합격자 출신 대학 중 경찰대의 순위는 7위였다.
◇2015년 첫 논란 후 계속 늘어나는 로스쿨행 …경찰대 폐지론에 명분만
경찰대 출신 경찰관들의 로스쿨행이 본격 문제로 제기된 것은 2015년 경찰대 출신의 로스쿨 합격자가 31명까지 늘어나면서부터였다. 경찰대의 경우 학비 등이 지원돼 1인당 수천만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경찰대 출신 경찰관의 이탈이 이어지자 간부 경찰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경찰대 무용론이 대두됐고 순혈주의 타파라는 명분 하에 대대적인 경찰대 개혁방안이 나왔다. 100명이던 고졸 모집 정원이 50명으로 줄었고, 일반대학생과 재직 경찰관을 대상으로 편입이 허용됐다. 졸업 후 의경부대 소대장 근무로 군 복무를 대신하는 전환 복무 혜택도 사라졌다.
결론적으로 이런 혜택이 줄어들면서 역설적으로 경찰대 출신 경찰관의 로스쿨행이 더 가속화됐다. 더군다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경찰대 견제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경찰 핵심부를 장악해온 경찰대 출신의 '호시절'이 끝났다는 인식도 커졌다.
경찰은 이탈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조기 퇴직자들은 경찰대학 설치법에 따라 남은 의무 복무 개월 수만큼 돈을 상환해야 한다. 올해 경찰대 졸업생 기준 상환 경비는 학비와 기숙사비, 수당, 급식비, 피복비를 포함해 7197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일하면 1년이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금액이다보니 이탈 방지책으로서 효과는 크지 않다.
외려 경찰대생의 로스쿨행은 경찰대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작년 9월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5월 경찰대 존폐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폐지에 대한 의견이 우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내부 반발로 결론은 일단 미뤄진 상황이다.
경찰대 출신의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생 개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과거에 비해 혜택도 크지 않고, 조직 내 성장 가능성도 줄어든 경찰대에 유능한 인재들이 몰리기 힘들어지는 상황이다보니 경찰대를 존치할 명분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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