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는 보았다, 韓미술 너머 예술의 풍부함을…"오길 잘했다"
"韓 미술 대단함 말하기 입 아플 정도…더 다양한 갤러리·아티스트와 함께 할 것"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서울에서의 두 번째 프리즈(Frieze), 이번에는 지난해보다 더 흡족하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지난 7일 '프리즈 서울'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 2회째를 맞는 '프리즈 서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최대의 미술품 장터(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지난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 상륙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 서울'과 같은 장소(코엑스), 같은 시기(9월초)에 열리면서 이 기간 서울은 그야말로 '미술 축제'에 빠져든다.
이 프리즈 서울을 대표하는 이가 바로 패트릭 리다. 그는 2년 연속 프리즈 서울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는 "올해는 레이아웃에 변화를 줘 방문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작품을 관람하게 됐다"며 "이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서울에서 체험하는 한국의 문화, 이를테면 K-팝과 K-음식 등에 굉장히 흡족해하는 것을 보고 '서울이야말로 우리가 와야할 곳'이라는 생각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미술품 장터인 만큼 관심은 참가 갤러리들이 얼마나 많은 작품을 팔고 수익을 거뒀느냐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리 디렉터는 "아직 페어가 진행 중이어서 갤러리들이 저희에게 주는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확실한 판매 현황은 알 수 없다"면서도"하지만 고가의 작품도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근현대 미술 시장 규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며 "우리는 한국 시장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고 있고, 그래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팬데믹이 종료되고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미술품 장터인 만큼 이번 '프리즈 서울' 현장에서는 서양인과 중국인, 일본인 등이 120여개의 참가 갤러리 부스를 자세히 둘러보며 작품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리 디렉터는 보다 구체적인 배경을 들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아트씬은 수십 년간 지속했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나 아트씬이 정말 풍요로워서 여기서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 디렉터는 "1990년대, 2000년대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 이불, 서도호, 단색화 거장 박서보 선생과 이우환 선생, 이외의 많은 한국 작가들이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인정받고 있다"며 "세계적인 미술관인 구겐하임과 라크마(LACMA), 해머(Hammer) 등에 진출한 한국의 아방가르드신뿐만 아니라 우수한 큐레이팅 능력을 보유한 큐레이터분들까지, 깊이로 보나 퀄리티로 보나 한국 미술의 대단함을 얘기하는 건 입이 아플 정도"라고 극찬했다.
리 디렉터는 프리즈의 서울 진출에 대해 "지금 한국 문화는 영화든 패션이든 음악이든 음식이든 어떤 문화 분야에서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프리즈가 한국에, 서울에 진출한 건 이런 한국 문화의 우수함에 기반한 것이고 이를 다시 한번 재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이 지난해와 달리 초고가 출품작이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올해도 제가 보기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를 가진,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 출품됐다"며 "이 부분은 갤러리의 결정 사항이라 주최 측에서 관여할 사항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전반적으로 작품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프리즈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영국 왕실 공원 중 하나로 런던에서 가장 큰 공원인 리젠트 파크에 가건물을 세워 열리는 데, 회화뿐 아니라 크기가 큰 조각 작품도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즈 서울에서는 장소의 문제로 조각품을 구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
리 CEO는 "프리즈 런던에는 퍼블릭 조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공공장소에서 조각품을 설치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 정부하고 논의하고 있는데, 너무 초반이라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정부와) 논의를 통해서 공공의 장소에서 조각품을 선보이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 CEO는 '프리즈 서울'을 보다 발전시킬 방안에 대해 "한국의 로컬 아트신을 반영하고 그 아트신을 충분히 지원하면 많은 분들의 공감을 끌어내리라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발전해 온 만큼 앞으로도 더 다양한 갤러리,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페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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