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성인지 감수성' 높은 판사와 낮은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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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판사는 12세 아동을 3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 성적 행위를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온 피고인에게 2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B판사는 서울 시내 한 노래방에서 이별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며 7시간 50분 동안 감금하고 강간을 시도한 혐의 받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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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수장 자질 갖췄는지 제대로 검증할 문제제기 필요한 때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A판사는 12세 아동을 3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 성적 행위를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온 피고인에게 2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B판사는 서울 시내 한 노래방에서 이별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며 7시간 50분 동안 감금하고 강간을 시도한 혐의 받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C판사는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동의 없이 성행위를 촬영한 경찰관의 해임 처분이 과도하다고 본 1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D판사는 집행유예 기간 중 17세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해 기소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취소돼 3년6개월을 추가 복역해야 하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봐 1심에서 징역 8개월만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네 명의 판사 중 누가 가장 성인지 감수성이 낮을까. 이 질문에 많은 이들은 'A판사'라고 답한다. 그러나 사실 A·B·C·D판사는 모두 동일인이다. 바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다.
최근 A판사 사례에서 언급한 판결을 근거로 이 후보자가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법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개별 판결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이 판결에서 왜 이렇게 판결했냐"고 비판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일부 판결만으로 그 판사의 성인지 감수성 정도를 판단하거나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판사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건만이 갖는 특수성, 재판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깊숙한 사건의 내면 등은 활자로만 표현된 판결문에 다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판사가 비슷한 사건을 맡았더라도 유무죄가 달라지기도, 집행유예에서 실형이 선고되기도 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판결 한 건 한 건을 다 비판 대상으로 삼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판사는 없다.
오는 19일과 20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판결 하나하나를 꺼내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생산적이지도 못 하다.
공직자 재산신고 때 본인 소유 비상장주식 누락하고 아들의 김앤장 법률사무서 인턴 활동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또 재판 처리 지연 문제와 사법부 신뢰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등 검증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사법부의 6년을 책임질 대법원장의 자격이 있는지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문제제기가 보다 더 필요한 때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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