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건넨 1억원 거래 내역서…감금·협박범 7명 검거

양윤우 기자 2023. 9. 9.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박 경장은 이 남성들의 인상착의를 확보해 2개월 동안 추적한 끝에 건호씨를 감시하며 모텔에 가둔 김모씨(22·남)과 건호씨의 대출금을 입금받은 선모씨(20·남)의 거주지를 찾아냈다.

올해 경찰 7년 차인 박 경장은 한 번 꽂힌 것은 끝장이 날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라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테랑]박지은 인천 미추홀경찰서 형사과 경장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박지은 인천 미추홀경찰서 형사과 수사관(경장)

#. 지난 4월20일 20대 남성 건호씨(가명)가 자신의 친동생, 동생이 재직 중이던 회사의 대표 A씨와 함께 인천 미추홀경찰서를 찾아왔다. 건호씨는 미추홀서 박지은 경장에게 "누군가 내 휴대폰으로 대출을 받아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건호 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정확히 말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다. 사실 건호씨는 초등학생 수준의 소통만 할 수 있는 지적장애인이다. 건호씨의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박 경장은 대표 A씨가 건넨 통장 거래 내역서 1장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내역서에는 건호씨가 총 1억4000만원 상당의 대출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은 뒤 인출한 내역만 담겼다.

박 경장은 "본인이 어디에 감금됐고, 누구에게 어떻게 협박을 당했는지 등에 대해 전혀 진술을 못 했다"고 했다. 명확한 피해 진술을 받을 수 없었던 박 경장은 고소 또는 진정의 형태가 아닌 '첩보 수사'로 수사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증거 확보였다. 박 경장은 카드 결제 내역을 토대로 건호씨의 동선을 추적해 건호씨가 방문했던 장소의 CCTV(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 분석 결과 4월13일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 길거리에서 여러 명의 남성이 건호씨를 둘러싸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건호씨는 위협을 당하는 것처럼 뒷걸음질을 쳤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박 경장은 이 남성들의 인상착의를 확보해 2개월 동안 추적한 끝에 건호씨를 감시하며 모텔에 가둔 김모씨(22·남)과 건호씨의 대출금을 입금받은 선모씨(20·남)의 거주지를 찾아냈다. 미추홀경찰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을 지난 7월10일 체포했다.

검거된 김씨와 선씨는 경찰 조사에서 "둘이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박 경장은 수사를 이어갔다.

김씨와 선씨는 구속된 뒤에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사실 주동자는 박모씨(23·남)과 오모씨(22·남)"라고 자백했다. 경찰은 박씨와 오씨를 긴급체포했다. 연장자인 박씨가 돈을 갈취하자고 공모했고 나머지 3명에게 역할 분담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 수사에서 이들 외에도 2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 이모씨가 범행에 가담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인터넷 방송 BJ인 이씨는 시청자인 건호씨와 채팅을 하다 인천에서 건호씨를 만나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주범인 박씨에게 알렸다. 박씨는 건호씨가 이씨와 성관계를 하도록 유도했다.

박씨 등은 이후 건호씨에게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이씨를 강간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전자발찌를 차고 싶지 않으면 대출해서 합의금을 달라"고 협박했다. 이들은 감금당한 건호씨의 휴대폰으로 대출을 받아 유흥비와 포르쉐 차량 구매비 등으로 사용했다.

결국 박씨 등 주범 4명은 공동공갈·감금·강요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이들과 공모한 여성 BJ 이씨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올해 경찰 7년 차인 박 경장은 한 번 꽂힌 것은 끝장이 날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라고 한다. 박 경장은 "지난 3년간 형사과에서 근무하며 많은 피의자를 검거했지만 이 사건이 가장 힘들었다"며 "구체적인 피해 진술을 끌어내는 것과 증거 확보가 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노력 끝에 피의자 7명을 모두 검거하는 결실을 볼 수 있었다"며 "팀원들과 즐겁게 일하며 향후에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인정받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지은 인천 미추홀경찰서 형사과 수사관(경장)과 박 경장의 동료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