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페디, 같은 팀도 아닌 문동주에게 왜 비법 전수했을까 "그만큼 리그 성장할 것" 큰그림 그렸다

창원=양정웅 기자 2023. 9. 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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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창원=양정웅 기자]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한화 문동주.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통큰 마음도 에이스였다. 올 시즌 KBO MVP 유력후보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상대팀 어린 투수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했다.

페디는 8월 중순 창원에서 식사 자리를 가졌다. 한화 이글스와 홈 3연전(8월 15~17일)이 열리기 전인 지난달 14일이었다. 선수가 휴식일에 외부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지만 약속 자리의 상대방, 그리고 자리에서 있었던 일은 놀라웠다.

이날 페디는 한화의 2년 차 투수 문동주(20)와 밥을 먹었다고 한다. 페디와 문동주는 일면식은 없지만, 문동주가 페디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만남이 이뤄졌다. NC 관계자는 "문동주가 (당시) 한화 외국인 스카우트(김진영)에게 부탁했고, 페디의 에이전트와 친분이 있어 만남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에릭 페디(왼쪽)가 지난 8월 식사 자리에서 문동주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영 인스타그램 갈무리
에릭 페디(왼쪽)가 지난 8월 식사 자리에서 문동주에게 공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영 인스타그램 갈무리
단순히 식사만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이날 문동주는 투구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페디 역시 직접 공을 들고 시범을 보이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을 문동주에게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10살의 나이 차, 다른 팀 소속, 다른 국적이라는 간극은 두 사람에게 보이지 않았다.

이날 만남은 전 한화 선수이자 스카우트였던 김진영(31)이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여기에 문동주 본인도 불꽃 모양의 이모티콘을 댓글로 달며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직접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먼저 나선 문동주의 열정, 그리고 상대에게도 아낌없이 이를 전수한 페디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했다.

에릭 페디가 8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 앞서 만난 페디는 이날 자리에 대해 "문동주가 야구를 배워보고 싶은 의지가 강한 친구여서 그런 자리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구 얘기도 많이 했지만 (문동주가) 영어를 너무 잘해서 많이 놀랐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에이전트가 영어를 잘해 따로 통역 없이 대화하긴 했지만, 문동주도 영어를 잘해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페디는 이날 문동주에게 알려준 내용에 대해 "미국에서 10년 동안 야구를 했고, 거기서 나오는 지식들을 최대한 많이 공유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피칭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고 밝혔다.

사실 문동주가 올 시즌 NC전에 등판할 일은 없다. 한화 구단 차원에서 선수 보호를 위해 지난 3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문동주의 2023시즌을 마감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라도 다시 NC를 상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기 전수'가 꺼려질 수도 있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하지만 페디는 나무 대신 숲을 바라봤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각자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공유를 하고 있다"면서 "내가 알려준 부분이 문동주에게 나온다면 그만큼 리그가 성장하고 더 재밌는 야구가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문동주라는 어린 투수가 발전할 수 있다면 그만큼 KBO 리그의 수준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문동주는 올해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23경기, 118⅔이닝을 던진 그는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1선발로 낙점받았던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가 퇴출되는 등 선발진이 요동치는 상황 속에서도 문동주는 꾸준한 투구를 펼쳤다. 특히 지난 4월 12일 KIA전에서는 KBO 리그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시속 160㎞ 이상 공을 뿌리며 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KBO 리그 에이스가 될 자원에게 페디는 아낌없는 비법 전수를 해준 것이다.

문동주. /사진=한화 이글스
에릭 페디(왼쪽 2번째)가 송명기(맨 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당연히 NC 동료들도 페디에게 조언을 구한다. 페디에게 투심 패스트볼을 전수받은 우완 전사민(24)은 "페디에게 좌타자 상대 투심 피안타율이 높은 걸 어떻게 해결했냐고 물었고, 페디가 잘 얘기해줬다"고 말한 바 있다. 페디는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비밀을 지키기보다는 최대한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솔직하게 대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페디 역시 과거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베테랑들에게 도움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맥스 슈어저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지오 곤잘레스 등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와서 선배들한테 받은 만큼 똑같이 돌려주고 싶어서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페디는 KBO 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4경기에 등판한 그는 17승 6패 평균자책점 2.28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고, 현재 2위인 탈삼진(160개) 역시 1위 안우진(키움, 164개)이 시즌아웃되면서 역전을 앞두고 있다. 이런 선수가 피칭에 대해 알려주는 건 그야말로 '일타강사'의 강의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에릭 페디.

창원=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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