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인가 대안교육기관, 건축법 위반 첫 판결로 '비상'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2023. 9.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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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 의원 "건축법 시행령 개정 통해 입법 미비 해소해야"
고양자유학교 유튜브 영상 캡처


교육법상 학교로 인정되지 않아 건축법상에도 학교 용도로 건물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전국의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대안교육기관인 고양자유학교가 최근 건축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에 불복해 고양시 일산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고양자유학교는 2002년 3월 개교해 초·중·고 12년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부로부터 학위과정을 인정받지 못하는 미인가 상태다.

지난 2018년 일산동구 지영동으로 이전한 고양자유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건축물의 용도를 학교로 신청할 수 없었다.

결국 고양자유학교는 학교 건물을 노약자나 아동 등을 위한 '노유자 시설'과 근린생활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학교가 건축물 용도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일산동구청은 지난해 5월 17일 건축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일산동구청은 원상 복구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와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을 통보했다.

고양자유학교는 "이는 막대한 강제 이행금이 예상되는 부당한 행정으로 사실상 학교를 폐업하라는 결정과 같다"며 시정명령의 효력을 중지하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시정명령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양자유학교는 "현재는 법적인 미비로 인해 미인가 대안교육기관들은 신청할 수 있는 건축물 용도도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현실에도 고양시는 100여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대안교육기관인 고양자유학교의 존폐를 위협하는 부당한 행정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 대안교육연대와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 소속 대안교육기관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고양자유학교 행정명령 취소 지지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1800명이 동참했다.

대안교육연대 정명 캠페인. 홈페이지 캡처

홍정민 의원 "건축법 시행령 개정 통해 입법 미비 해소해야"


이번 행정소송은 전국에 6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안교육기관의 건축물 용도 문제에 대한 첫 판결로 주목을 받았다.

의정부지법 제1행정부(이영환 부장판사)는 지난 5일 고양자유학교 측이 일산동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건축법과 그 관계 법령에 따른 건축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뚜렷한 공익 목적이 있다"며 "건축법을 위반한 용도 변경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양자유학교 학부모이자 현직 교사인 A씨는 "고양자유학교는 체험 위주의 교육 등을 통해 우리 아이가 자립할 수 있고 온전하게 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아이가 만족하고 행복하게 지내기 때문에 학교가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자유학교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며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만약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전국 미인가 대안교육기관들이 해당 지자체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고양자유학교가 있는 일산동구 지영동의 지역구이자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대안을 제시했다.

홍정민 의원은 "건축법 시행령에 따른 건축물의 용도 기준에서는 고양자유학교와 같은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대안교육기관이 운영될 수 있는 건축물 용도를 정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여성가족부와 국토교통부, 일산동구청 건축과 담당자들과 함께 건축법 시행령 개정 등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문제를 알리고 대안 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간담회 이후 동구청은 규제개혁위원회에 고양자유학교도 교육연구시설로 용도 변경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 대안교육기관 218곳 중 54.6%에 달하는 119곳이 교육시설이 아닌 근린상업시설에서 운영되고 있다.

교육부에 등록되지 못한 곳까지 포함할 경우 전국의 대안교육기관은 600여 곳에 이를 것으로 대안교육연대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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