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韓·印, 방산·첨단기술 공급망 협력 확대 기대”

홍주형 2023. 9.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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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매체와 서면인터뷰서 밝혀
“자유·민주주의 핵심가치 공유
국방·경제 등 파트너십 강화”
9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
印, 6·25때 최대 의료인력 파견국가
국내기업 선제적 투자로 우호 형성
자유주의 강화 흐름에 더 긴밀해져
IT·반도체·바이오 산업 발달 공통점
올들어 고위급 인사들 교류 상승세
전문가 “향후 더 큰 관계 발전 기대”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오전(현지시간) 예정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방위산업,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인도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8일 공개된 현지 매체 더타임스오브인디아(The Times of Indi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도는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역내 주요 파트너”라며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인도의 인태 구상 간 연계를 통해 가치기반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 국방, 경제,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오랜 우방국인 한·인도 양국 간 협력의 틀을 더욱 제도화하고, 굳건하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모디 총리와 회담에서 K-9 자주포로 대표되는 양국 방산 협력 강화는 물론, 정보기술(IT) 같은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한·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과 관련해서는 “양국 간 경제협력 기반을 더욱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한·인도 CEPA 개선 협상 진전도 도모할 예정”이라며 “진행 중인 한·인도 CEPA 개선 협상을 통해 한국과 인도가 서로 윈윈(win-win)하는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해선 “한국은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G20 차원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관련한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치고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를 방문해 동포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수교 50주년 인도, 인태지역 전략요충지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 이은 인도 방문을 통해 가치 외교를 기반으로 한 인태 전략의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올해 한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은 인도는 미국 인태 전략의 핵심 소다자협력체인 쿼드(Quad:미국·인도·호주·일본의 안보협의체) 국가다. 이 지역의 또 다른 핵심 소다자협력체로 부상한 한·미·일 협력을 통해 인태 지역에서 핵심 역할을 하려고 하는 한국은 인도와의 협력을 확대해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과 인도는 2015년 5월 모디 총리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특별전략적동반자 관계를 설정한 바 있다.

아시아의 서쪽과 동쪽 끝에 위치했지만 삼국시대부터 역사에 교류의 흔적이 발견되는 한·인도 관계는 인태 지역에서 자유주의 연대 강화 흐름을 타고 더 긴밀해지고 있다. 국내정치의 혼란이 없지 않지만 인도는 ‘가장 많은 인구의 민주주의 국가’로 일컬어지며 미국 주도 자유주의 연대에서 가치가 상승했다. 윤 대통령이 더타임스오브인디아와 인터뷰에서 ‘가치 기반 연대’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인도 대사를 지낸 이준규 인도포럼 회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과 인도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인도와 경제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전략적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교수는 “최근 한국과 인도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규칙 기반 질서 중시라는 유사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며 “전략적 지향이 닿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름에도 ‘인도’가 들어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난해 12월 외교정책의 기조로 발표한 윤석열정부가 인도에 접근하는 매개가 가치연대라는 얘기다. 인도 역시 최근 중국과 격화하는 국경 분쟁을 겪으며 이 같은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오늘날 한·인도 관계의 기초는 무엇보다 1990년대에 선제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던 삼성, LG, 현대 등 기업의 투자라는 것이 현장 평가다. 6·25전쟁 당시 중립국이었던 인도는 의료지원국 중 최대 규모 인력을 한국에 파견해 군인과 민간인 22만명을 치료했지만 비동맹주의 외교노선에 따라 한동안 표면적으로 남북 등거리 외교를 했다. 하지만 양질의 젊은 인력이 많은 인도의 가능성을 알아본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면서 한국과 더 긴밀한 관계가 형성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미 선제적으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양국 우호 관계의) 바탕이 형성돼 있었고 여기에 가치 공유가 더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T, 반도체, 바이오산업이 발달했다는 공통점은 2005년부터 양국 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여하는 한·인도 과학기술공동위원회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 현지 산업계 관계자는 “인도의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곳은 실리콘밸리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수의 한국 기업에서도 일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5월 ‘적극적 동방정책’을 내세운 모디 총리가 국빈 방한하면서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됐다.

G20 국가로 나란히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회의에 초청된 양국의 고위급 교류는 올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두 번의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박진 외교부 장관도 4월과 7월 두 번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앞서 1월에는 제5차 차관급 외교정책안보대화도 열렸다.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외교·국방장관이 모두 모이는 2+2 회의는 전략적 상호의존성이 높은 우방국들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사적으로 불편한 사건이 두 나라 간에 발생한 적이 없는 점도 양국 관계 발전의 자산 중 하나라는 평가다. 최 교수는 “양국 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여러 조건에 비해 아직 실질 협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향후 더 큰 관계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인도 방산협력 가속 전망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방산 등 군사 분야 협력은 정치적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긴밀해지는 양국 관계를 보여준다. 지난해 2월 우리 군은 한국군 최초로 미국·일본 등과 함께 인도가 주관하는 해상연합훈련 밀란(MILAN) 훈련에 참가했다.

한·인도 방산 협력은 2017년 인도가 K-9 자주포를 현지 실정에 맞게 개량한 바지라(힌디어로 천둥) 100문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분기점을 맞았다. 당시 계약 규모는 450억루피(약 7100억원)로 초기 인도분 10문은 한국에서, 이후 90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인도 현지 업체가 현지 공장에서 제작했다. K-9은 지난 1월 뉴델리에서 열린 공화국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도 등장했다.

인도는 최근 K-9 100문을 추가 주문했다. 중국이 국경에 병력을 증강하면서 포병 화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군 관계자는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올해 말쯤에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인도 차세대 잠수함 사업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도는 디젤 잠수함 6척을 도입할 예정이다. 인도 측은 디젤 잠수함 건조 경험이 풍부한 한국이 사업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우리 측이 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주형·박수찬 기자, 뉴델리=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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