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부르는 것 막아라”... 국감 앞두고 임시공휴일 생겨 더 바빠진 대관 담당자들
중대재해법 등 이슈 대응 골몰
부산엑스포 해외 유치전 기회 삼기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대관팀은 쿠팡
“10월 2일 임시공휴일요? 대관 담당자들은 더 바빠졌어요.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맘 편히 연휴를 보내려면 9월 말까지 국회로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20년 넘는 경력의 한 산업 관련 협회 대관 담당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임시공휴일 지정 안건을 통과시켰고, 윤석열 대통령은 바로 이를 재가했다. 이에 따라 10월 2일을 쉬게 돼 추석 6일간 황금연휴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이 아주 달갑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대관업무란 법을 만들고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하는 국회,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 부처, 대기업의 범죄와 탈세 등을 적발하는 검찰·경찰·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상대하면서 정부·정치권과 해당 기업의 소통을 담당하는 업무를 말한다. 대관 담당자들은 신상정보 수집에서부터 로비스트 역할까지 방대한 분야를 담당한다. 이들이 가장 활약하는 시기는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 때다.
현재 기업 대관팀 입장에서는 각각의 경영 활동과 관계가 있는 상임위원회의 현안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특히 기업들의 관심이 많다.
법사위는 각종 대기업 규제법안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곳이다. 기재위는 법인세 증세, 총수 일가의 상속세 등 세제와 관련한 업무를 한다. 정무위는 금융기관 및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환노위는 노사관계가 주요 이슈로 발생한다. 과기정통위는 SK텔레콤, KT 등 주로 통신사 대관팀이 자주 접촉한다. 통신요금 이슈 등을 다룬다.
규모가 큰 대기업은 각 상임위마다 전담 대관 인력을 두고 있다. SK와 대한항공이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났다고 한다. 삼성전자, LG그룹, 현대차그룹 등 10대그룹도 대부분 강력한 대관팀을 보유 중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유통 기업인 쿠팡이다. 물류센터 등에서 잡음이 많다 보니 대관 인력만 수십 명에 달한다고 한다.
국정감사 시즌 대관팀의 최우선 과제는 소속 회사 총수나 사장의 국감현장 출석을 막는 것이다. 올해 맘 편히 연휴를 보내기 위해서는 9월 말까지 각각의 이슈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둬야 한다는 의미다. 각종 사망 사고 및 부실 건설, 가상자산, 포털개혁 등 이슈는 산적해 있다. 통상 국감 증인 명단은 9월 말~10월 초 상임위원회별 또는 여야 지도부 간 협상 결과에 따라 확정된다. 대관팀이 이 시기 하루라도 일을 더 하는 것이 덜 불안한 이유다.
최근 대관팀은 국회 환노위에서 담당하는 중대재해법 관련 이슈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재해 사망자의 수에 따라 국감 증인 출석 요청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관팀 관계자는 “재해 사망자 기준을 한 명으로 잡으면 수십 개 기업이 해당되는데 이를 5명 이상 등으로 잡으면 몇 개 기업으로 추려진다”고 했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기업 총수의 국감 현장 출석 여부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DL이엔씨, 세아건설, SPC 등이 이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실은 대관 관계자들이 찾는 주요 의원실이기도 하다.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부산 유치를 추진 중인 2030세계박람회(엑스포)를 일종의 기회로 삼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오는 11월 말까지 해외 현장 유치전을 벌이는데 자연스러운 해외 출장을 통해 국감장 출석을 피할 수 있는 사유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기업은 민관합동 유치위원회에 포함돼 있다.
다만 국회의원이 대관에 대해 항상 ‘갑’의 입장인 것은 아니다. 무리한 증인 출석 요청에 따라 ‘기업가 흠집 내기’라는 비판으로 역공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10대 그룹 총수들을 국감장에 불러 호통을 치거나 망신을 주는 식의 ‘생색내기용 국감’ 관행은 지양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하기도 했다.
일부 대관 담당자는 올해 국감이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한 기업 대관팀 관계자는 “최근 여야 간 정쟁 심화로 법안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듯이 국감에서도 쌍방 다툼으로 파행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부 대기업들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인맥 조사도 한다. 임직원과 국회의원 등 주요 공직자와의 학연·지연·혈연 등이 파악되면, 그 자료는 대관팀에 보내진다. 한 전직 대관팀 관계자는 “국회의원을 잘 아는 동문 후배를 같이 데리고 나가면 얘기가 훨씬 부드러워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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