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유가, 한전에 호재인가 악재인가

권오은 기자 2023. 9.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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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주가가 국제유가 뉴스에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유가 급등은 한전에 악재다.

올해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한전 주가는 약세를 보여왔다.

그런데도 한전 주가가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다른 발전 연료 가격 상승을 부채질해 비용 부담이 커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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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 → 물가 상승 → 전기요금 인상 부담
한전 재무구조 악화에... 오히려 인상 힘 실릴 수도

한국전력 주가가 국제유가 뉴스에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후 7일까지는 실적 악화 가능성에 2% 가까이 내리는 듯하더니 8일엔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발(發) 물가 상승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7일 한전 부채 문제와 관련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가능하다면 전력 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전 주식은 전날 1만8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3.43%(610원) 오르며 지난달 14일 이후 가장 높은 주가를 찍었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뉴스1

기본적으로 국제유가 급등은 한전에 악재다. 올해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한전 주가는 약세를 보여왔다. 한전 주식은 종가 기준 지난 7월 3일 2만560원에서 전날 1만7810원까지 13.4% 빠졌었다. 반대로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7월 80.4달러, 8월 86.5달러로 상승했고, 이달 들어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연고점을 찍었다.

한전의 화력발전 연료 비용 중 석유제품 비중은 1% 남짓이다. 그런데도 한전 주가가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다른 발전 연료 가격 상승을 부채질해 비용 부담이 커져서다. 호주산 발전용 연료탄 가격은 지난 7월 14일 톤(t)당 127.33달러에서 이달 현재 156.18달러로 13.2%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JKM(일본-한국 가격지표)도 1MMBtu(열량 단위)당 10달러대에서 13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는 전기요금 인상과도 맞물려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고, 높은 물가는 전기요금 인상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한전이 연료비 조정요금을 제출하면 정부가 이달 중으로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가운데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4%로 집계됐다. 지난 4월(3.7%)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한전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자, 전기요금 인상의 명분이 쌓이게 됐다. 그동안 시장에선 2024년 4월 총선 전까지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우세했다. 전날 한 총리가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한 것도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한전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5922억원을 내 흑자 전환한 뒤,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발전 연료 가격의 여파로 4분기에 5934억원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근 자발적 감산 조처를 올해 말까지 이어가기로 하는 등 공급 축소에 따른 유가 상승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있다. 남아란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은 통상 유가가 전 고점 대비 50% 정도를 회복할 때까지 이어졌다”며 “이번 감산도 유가가 배럴당 95달러 정도를 회복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빡빡한 공급 여건이 유지되더라도 유가의 추세적 상승을 위해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중국 경기가 부진하다”며 “미국 ‘드라이빙 시즌(5~9월 자동차 여행 기간)’도 끝나 휘발유 수요가 점차 약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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