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무섭고, 월세는 부담되고”… 한숨 쉬는 대학생들
연세대 인근이 가장 많이 올라… 52만6000원→79만원
”전세사기 피해자 지속 속출… 월세 가격 하락까지는 시간 걸릴 듯”
“일정한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월세 60만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세를 구하자니, 전세사기를 당할까 무섭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윤 모씨(28)는 8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한 달 지출 중 월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윤씨의 한 달 수익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지만, 현재 그가 거주하고 있는 원룸의 월세는 관리비를 제외하고 70만원. 매달 25일 월세만 빠져나가도 그의 통장에는 30만원 밖에 남지 않는다.
윤씨는 “전세 전환을 고려해봤지만, 전세사기 피해 소식이 잇따라 들리면서 두려운 마음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라며 “주변 대학원생들이나 학부생들도 위험을 감수하고 전세로 가기보다는, 부담이 되더라도 월세를 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로 대학가 상권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룸 월세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전세사기로 인해 월세를 택한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은 가파르게 오른 월세에 한숨만 내쉬고 있는 상황이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59만9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월 기록한 57만9000원 대비 3.53% 오른 수준이다. ‘원룸 성수기’인 지난 2월(58만9000원)과 비교해도 1.7% 가량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인근이다. 연세대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올해 8월 79만을 기록했다. 1년 전 52만6000원에서 무려 50.16% 폭등한 것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해도 9.72% 오른 수준이다.
연세대 인근 서강대 주변 원룸 월세도 56만원으로, 6개월 전(45만원)에 비해 24.44% 상승했다. 지난해 97만원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월세를 보였던 이화여대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20.66% 내렸지만, 여전히 77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인근 원룸도 지난해 8월 52만5000원에서 올해 8월 62만원으로 올라 1년 만에 18.1%의 상승률을 보였다. 고려대 인근 원룸 또한 48만5000원에서 55만원으로 13.47% 올랐다. 비교적 월세가 저렴한 지역으로 평가받던 서울대 인근은 1년 만에 6.76% 올라 50만원을 돌파했다.
다방 관계자는 “1년 전은 물론, 올해 1학기 개강 시기와 비교했을 때도 대학가 인근 지역 원룸 월세가 상승했다”며 “상승률이 완화되긴 했지만 상승 기조는 여전하기 떄문에 개강을 맞아 집을 찾는 학생과 인근 지역 주민의 주거비 부담은 2학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학가 인근 원룸 거주자들은 금액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세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학가에는 상대적으로 전세 매물이 적은데다, 올해 초부터 전국 곳곳에서 터진 전세사기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을 시작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전세사기 사태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와 인천, 대전, 대구 등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지난6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 수만 해도 4627명에 달한다.
게다가 지난 8월 부산 수영구에서 200억원대의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등 최근까지도 범죄가 이어지고 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조차 임대보증금 보증을 취소해 전세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대학가 인근 원룸은 대부분 전세사기에 노출된 다가구주택인데, 학생 입장에서는 대항력을 갖추기 어려워 월세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전세대출금리가 안정되고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 월세도 함께 내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월세 가격이 낮아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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