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난타]민주당 탄핵 주장 제 발등 찍을 것

여론독자부 2023. 9.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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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15일 17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민주당 168석으로 윤석열 탄핵 발의합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이 연이어 나오는 것은 발언 당사자들의 상황 인식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여기서 파생되는 정치적 파장이다.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탄핵을 주장하면 보수 유권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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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탄핵 주장 보수층 결집 부르고
정치·사회적 갈등과 분열도 심화
심판론커녕 중도층도 등돌릴수도
[서울경제]

2004년 4월 15일 17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7석에 불과했던 ‘신생 여당’ 열린우리당이 과반인 152석을 차지했다. 당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열린우리당의 약진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른바 ‘탄핵 역풍’ 덕이었다. 과거의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요사이 더불어민주당에서 탄핵 언급이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민주당 168석으로 윤석열 탄핵 발의합시다”고 주장했다. 설훈 의원도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고(故) 채 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이 만약 위법한 행동을 했다면 “탄핵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총리보다 앞장서 핵 오염수 전도사로 나서더니 (이번에는) 독립운동을 죽이는 반민족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기다리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급기야 이재명 대표도 “국민의 뜻,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데 그게 민주주의”라며 탄핵을 연상하게 하는 언급을 했다.

이렇듯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이 연이어 나오는 것은 발언 당사자들의 상황 인식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여기서 파생되는 정치적 파장이다.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탄핵을 주장하면 보수 유권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긴장은 보수 유권자들의 결집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중도층도 민주당에 등을 돌릴 수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미국 대통령들이 탄핵당할 만큼의 잘못을 저지른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이 없는 것은 탄핵이란 그만큼 신중히 처리해야 할 문제이고 탄핵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정치적·사회적 분열이 더욱 심해진 것을 봐도 탄핵이 정치와 사회에 주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중도층도 탄핵에 대한 이런 기억 때문에 민주당이 자주 탄핵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만일 민주당이 탄핵을 자주 입에 올려 내년 총선 구도를 정권 심판론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선거 구도가 형성되려면 다수의 유권자가 상황을 공감해야 한다. 그러나 유권자의 공감을 인위적으로 만들려 한다면 공감은 고사하고 거부감만 만들어낼 뿐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의 주장과 생각을 국민 일반의 여론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만일 강성 지지층의 주장을 국민 여론이라고 착각해 이런 식의 발언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선거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당히 손해 보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더 이상 한국 정치사의 엄청난 비극을 ‘정치적 투쟁 무기’로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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