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리그서 왔다고 얕보면 큰일!'... K리그 '폭풍의 승격팀' 역사[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9.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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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해 K리그2(2부리그)에서 K리그1(1부리그)으로 승격한 광주FC는 승격 이후 더 강해진 모습으로 리그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광주는 선수 개인의 능력보다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며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강호들을 줄줄이 격파하며 상위권에 안착했다.

2013년 승강제 실시 이후, 2부에서 새롭게 올라온 승격팀이 1부에서 곧바로 호성적을 낸 사례는 과거의 K리그에도 존재했다. 광주는 시즌 종료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며 'K리그 폭풍의 승격팀' 역사에 이름을 올릴지 과거 사례로부터 조명해본다.

광주FC. ⓒ프로축구연맹

▶'승격 동기의 동반 돌풍' 제주 유나이티드-수원FC

2021년 K리그1은 승격팀들의 반란 시즌이라 말할 수 있다. K리그2에서 갓 올라온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FC 모두 K리그1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

2017년 K리그1(당시 K리그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제주는 2019년 K리그1 최하위(12위)로 창단 첫 K리그2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2020년을 앞두고 광주-성남에서 사령탑을 지낸 남기일 감독을 선임해 팀을 정비하고, 그해 K리그2 우승과 함께 강등 1년 만에 K리그1 자동 승격에 성공했다.

2021시즌 K리그1에 돌아온 제주는 쓰리백을 기반으로 한 조직적인 수비로 공간 허용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전북, 울산에 이은 최소 실점 3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안현범-정우재로 구성된 리그 최고의 '스피드 윙백 듀오'를 앞세운 측면 공간 침투와 해당 시즌 22골로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의 화력을 앞세운 공격도 날카로웠다. 정규리그 38라운드를 모두 마친 제주의 최종 순위는 4위. 강등 한 시즌 만에 1부리그에 복귀하고 상위권에도 안착한 제주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수원FC는 구단 첫 1부리그 승격의 해였던 2016년 최하위를 기록하며 다시 2부리그로 강등됐다. 하지만 2020년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경남FC를 제친 덕에 2021년부터 다시 1부리그에서 뛰게 됐다.

수원FC는 승격 후 첫 시즌인 2021년 K리그1에서 팀 득점 3위(53골)를 자랑하는 공격 축구로 파이널A(1~6위) 성적인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원FC는 2020시즌 팀 공격을 지탱했던 안병준과 마사를 2021시즌 전에 모두 내보내고 이영재, 김호남, 양동현, 한승규, 무릴로, 박주호 등 이름 있는 자원들을 영입했다. 팀 구성원의 급격한 변화로 흔들릴 수 있다는 예상을 깨고 당당히 K리그1 5위를 차지하며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2021시즌 K리그1 승격 동기인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FC. ⓒ프로축구연맹

▶괴물 공격수 앞세워 승격 첫해 1부 2위 경남FC

경남FC는 외국인 '괴물 공격수'와 함께 K리그1 승격 시즌에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팀이다.

2017년 K리그2(당시 K리그 챌린지) 우승으로 K리그1에서 뛰게 된 경남은 2018년 승점 65점을 쌓고 우승팀 전북에 이은 최종 2위로 리그를 마쳤다. 승격팀 1차 목표인 잔류를 훌쩍 뛰어넘어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도 진출했다. 당시 리그 26골을 넣고 득점왕과 MVP를 독식한 경남의 외국인 공격수 말컹은 현재까지도 K리그1,2 모두에서 득점왕과 MVP를 받은 유일한 선수로 남아있다.

경남은 2019시즌을 앞두고 말컹을 중국으로 떠나보내고 조던 머치, 룩 등 각각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1부리그에서 뛰었던 거물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왔다. 여기에 곽태휘, 이영재, 고경민, 이광선 등 각 포지션에 이름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또다시 선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급격히 바뀐 스쿼드에 리그-FA컵-ACL 병행으로 인한 피로 누적이 겹쳤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에 1무1패로 무릎 꿇으며 승격 2시즌 만에 K리그2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1부 생존 전략으로 유사한 영입 정책을 펼친 수원FC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한 경남이다.

2018시즌 경남FC의 승격 돌풍을 이끌었던 외국인 공격수 말컹. ⓒ프로축구연맹

▶'역대급 반전의 도장깨기' 광주FC

2022시즌 K리그2에서 이정효 감독 체제로 새롭게 시작한 광주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K리그2 우승을 거두면서 2023시즌 K리그1으로 자동 승격했다. 하지만 광주가 K리그1에서도 선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축구 팬들은 많지 않았다.

광주는 팀의 전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선수 연봉 지출 현황에서 지난 시즌 K리그2 11팀 중 중간인 6위에 그쳤다. K리그1 팀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최하위였다. 선수단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기에 광주에게 쉽지 않은 2023시즌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3시즌 K리그1에서 가장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은 바로 광주다. 수원 삼성과의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전북, 포항, 인천 등 지난 시즌 K리그1 상위권을 차지했던 팀들을 줄줄이 격파했다. 지난 3일 마침내 선두 울산까지 격파하며 지난해 1~4위 팀들(울산, 전북, 포항, 인천)을 모두 꺾었다. 구단 역사상 K리그1 최다승인 12승도 이날 달성하며 새 역사를 썼다.

광주는 팀 단위의 유기적인 전술 움직임을 극도로 훈련해 객관적인 전력 차를 만회했다는 평가다. 미드필더 출신인 이순민이 때로는 수비 라인에 서서 후방을 커버하고, 풀백으로 나선 두현석은 중원에 기습적으로 들어와 상대 박스로 직접 침투하기도 한다. 광주의 모든 선수들은 표면적으로 정해진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는다. 광주 선수들은 상대보다 먼저 판단하고 팀 단위로 움직이며 공격 기회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리그 상위권을 차지했다.

광주FC 이정효 감독. ⓒ프로축구연맹

자신들의 축구를 고수하며 우려를 떨쳐낸 팀이기에 분위기는 하늘을 찌른다. 지난 3일 울산전 후 기자회견에서 광주 이정효 감독은 "광주가 하고자 하는 축구는 '어느 팀을 만나도 선수 전체가 사투를 펼치는 것'이다. 선수들이 대견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광주 전술의 핵심이자 축구 국가대표팀 9월 소집 명단에 선발돼 첫 A대표팀 승선을 이룬 이순민도 "꿈을 꾸며 현실을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현실이 꿈을 꾸게 만들더라. 축구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광주에서 부쉈고 '더 꿈을 꿔도 된다'는 생각이 선수단에 피어나고 있다"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38경기를 치르는 K리그1은 이제 정규리그 종료까지 10경기도 남지 않았다. 9월 A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무려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광주는 리그 재개 후에도 '역대급 도장깨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프로축구연맹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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