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11일 베트남을 국빈방문 합니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후 하노이로 이동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정상회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참석합니다. 미국-베트남 양국은 10년간 유지해온 '포괄적 파트너십'을 '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략적'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들어갑니다. 한때 적으로 싸웠던 미국과 베트남은 현재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베트남 제품의 최대 수입국이고, 베트남 유학생이 가장 많이 가있는 나라입니다. 현재 중국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앞 바다(베트남에선 "동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을 중국이 임의로 그어놓은 '구단선' 안에 포함시켜 놓았고, 베트남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영화 '바비'에 구단선 장면이 나와 '바비'의 상영금지 처분을 내렸고, K팝 그룹 블랙핑크의 하노이 공연도 공연기획사가 홈페이지 지도에 구단선을 표시해놓았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과 관련해 베트남 공산당은 머지 않아 중요한 결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베트남의 집권당으로서 공산당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자세를 버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다만 베트남이 미국이 더욱 가까워졌을 때 베트남은 미국식 민주주의, 미국식 시장경제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공산당의 일당지배는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미-베트남 정상회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베트남이 매우 중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한 예상이 있어서인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하노이로 급히 날아가 9월 5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바이든의 베트남 국빈방문이 발표되자 미국에게 "냉전식 사고를 버려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해외언론에서는 바이든의 베트남 방문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트남 방문이 발표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전략적' 선택은 한국과의 방산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직까지 미국과 중·러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온 베트남이 확실히 미국과 함께 하기로 결단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러시아제 무기체계를 버리고 미국식 무기체계로 바꿔나가야 할 것인데, 이 경우 베트남으로선 고가인 미국제 무기를 획득하기 전에 미국 무기와 호환가능한 한국제 무기를 우선 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베트남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2억7000만 인구를 가지고 있는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는 '비동맹' 전통도 강하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도 겪지 않고 있어서 ASEAN 국가들 중에서는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로 손꼽힙니다. 반대로 미국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도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2019년에서 2022년 사이에 미국에 대한 '우호' 여론은 18% 급감했습니다. 이번에 바이든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도 미국-인도네시아 관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제 무기 구입에 열의가 있었던 인도네시아가 최근 무기 구입선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이 어쩌면 이러한 미국과의 관계 변화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산 전투기 KF-21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는데도 공동개발 분담금을 오랫동안 납부하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를 구매했습니다. 한국산 전투기 구매에 열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산 전투기는 많은 부품이 미국산이기 때문에 한국산을 운용하게 되면 기술적으로 미국과 얽히게 됩니다. 인도네시아는 이 점을 의식해 제3국인 프랑스제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G20 불참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경분쟁 때문에 인도와 사이가 편하지 않는 상황에서 뉴델리를 방문하는 것이 껄끄러울 수도 있고 또 G20의 공식석상에서 중국 경제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진핑이 매년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 회의에서 중국공산당 원로들로부터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간언'을 들었고, 이때문에 측근들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닛케이의 이 보도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시진핑과 중국지도부가 현재의 경제상황에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시진핑의 G20 불참은 아무래도 중국의 경제상황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정부가 중국 관리들에게 아이폰 등 해외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애플의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애플은 9월 13일에 최신 아이폰15를 공개하기로 했고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을 추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복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애플은 출시를 앞두고 아이폰15 생산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중국의 화웨이는 최신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는데, 부품 중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가 포함되어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부품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 품목에 해당합니다. SK하이닉스측은 "화웨이 신제품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쓰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에 신고하고 사건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선이 내년 말로 다가온 상황에서 교사노조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그룹이 바이든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데 반해, 자동차노조는 바이든 지지 표명을 보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이든이 친환경 전기자동차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은 자동차 부문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입니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우호적이고 환경정책에도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를 지켜준다는 점에서는 트럼프가 자동차노조에 우호적인 것입니다. 만약 자동차노조가 트럼프를 지지하거나(가능성은 낮겠지만) 바이든 지지를 보류한다면 바이든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요즘 미국에서 컨트리음악이 인기입니다.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1, 2, 3등 모두 컨트리음악이 차지했습니다. 현재 미국인들이 듣는 스포티파이 톱 50 중 36%가 컨트리음악입니다. 2016년에는 2%에 불과했습니다. 과거에 미국 시골 남자들이 주로 듣던 컨트리음악을 이제는 도시사람들, 여성들도 듣고 있습니다. 올리버 앤소니 같은 가수는 '리치몬드 북쪽의 부자들'(Rich Men North of Richmond) 같은 노래를 빌보드 톱에 올렸습니다. 앤소니 본인은 자신이 보수가 아니라 중도라고 주장하지만 그 내용이 북부 부자들의 위선을 조롱하는 듯해서 공화당 지지층, 보수주의자들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현재 불고 있는 컨트리음악 붐은 보수주의와는 무관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이 컨트리음악이 주는 편안함을 이야기하면서 일종의 '세상의 번잡함에서 탈출하고자는 하는 마음'(escapism)이 인기의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또 원래는 컨트리음악 가수에서 시작해 팝음악으로 장르를 확대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영향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트로트' 붐이 있고 '나는 자연인이다'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미국과 비슷한 현상인 듯해서 흥미롭습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허각 쌍둥이' 허공, 아침 9시 음주사고 후 도주…면허취소 수준 - 머니투데이
- "김히어라 덕에 학폭 벗어나…평생 은인" 동창생 미담글 또 등장 - 머니투데이
- 진짜 천재?..장동민 아이디어, 환경부 공모전 '우수상' - 머니투데이
- 수건 든 수상한 남자…바지 구멍 뚫고 여성 마주치면 '휙' - 머니투데이
- 전소미, '7500만원대' 초미니 패션…인형 미모+각선미 '감탄' - 머니투데이
- 50대 남녀, 흉기 찔려 숨진 채 발견…휴대폰엔 이별 뒤 다툰 기록 - 머니투데이
- "녹취로 협박" 김준수한테 8억 뜯은 여성BJ…마약 사는데 썼다 - 머니투데이
- "전기차 보조금 없애라" 머스크 속내는…'나만 살고 다 죽자'? - 머니투데이
- 무대 내려오면 세차장 알바…7년차 가수 최대성 "아내에게 죄인" - 머니투데이
- "4만전자 너무 했지, 지금이 줍줍 기회"…삼성전자 8% 불기둥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