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40년 호황, 중국 경제의 활로는?[PADO]
[편집자주] 폴 크루그먼은 1994년 포린어페어스 11·12월호 기고문에서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기적이 그다지 기적이 아니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1950년대에 소련이 똑같이 고속경제성장을 보였던 적이 있었지만 그러한 경제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하면서, 동아시아 경제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생산성의 증가와 이에 따른 실질 소득의 증가가 별로 없이 생산요소 투입, 즉 돈과 노동력을 대량투입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 빠져버렸지만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꾸준히 성장해 선진경제를 이뤄냈습니다. 악명높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끝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중국 경제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는 지금, 중국도 한국, 대만, 싱가포르처럼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증가를 이뤄내면서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이 지적한 소련과 동아시아의 '요소투입 경제의 문제점'을 중국이 극복할 수 있을까요?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려면 경제, 사회, 교육 등이 지금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할텐데 지금까지 국가와 공산당이 지도해온 중국 경제발전의 경로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전망은 아직까지 어둡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래 중국 지도부가 이념적으로 훨씬 경직됐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서구식 소비 경제에 대한 뿌리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지도부가 시진핑의 주요 경제 목표 중 하나인 '자립'에 역행할 것을 우려해 재정 적자도 기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중국 경제가 다시 갈피를 잘 잡기를 바라야겠지만 중국 경제의 문제가 구조적, 이념적으로 뿌리 깊은 것임을 감안할 때 대중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은 공장, 고층 빌딩, 도로에 투자하여 경제를 발전시켰다.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놀라운 성장기를 촉발시켜 중국을 빈곤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수출 강국으로 만들었다.
이제 그 성장 모델이 고장났다.
추격성장에 효과적이었던 기존 방식은 이제 중국이 빚에 허덕이고 건설할 물량이 줄어들면서 그 효과가 퇴색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는 별로 쓰이지도 않는 교량과 공항이 가득하다. 아파트 수백만 채가 빈집이다. 투자 수익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문제의 징후는 중국의 암담한 경제 데이터를 넘어 먼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남부의 윈난성은 최근 축구장 3개 크기의 새로운 코로나19 격리 시설을 짓는 데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몇 달 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료하고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지 오래된 상태에서 나온 발표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 투자가 약하고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관료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차입과 건설을 계속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중국이 저성장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인구 감소와 미국 및 미 동맹국과의 관계악화로 인해 외국 투자와 무역이 위태로워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기가 아니라 한 시대의 끝자락일 수 있다.
"우리는 경제 역사상 가장 극적인 궤적의 전환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 교수 애덤 투즈의 말이다.
중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몇 년간 중국의 GDP 성장률을 4% 미만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4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런던 소재 리서치 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추세성장률이 2019년 5%에서 3%로 둔화되었으며, 2030년에는 약 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추세로는 시진핑 주석이 2020년에 공언한 2035년까지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중진국 이머징 마켓 대열을 졸업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오랜 야망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과거 중국의 경제가 몰락하리라는 여러가지 예측이 있었지만 대부분 빗나갔다. 중국의 급성장하는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산업은 중국의 시장지배력이 여전히 막강함을 보여준다. 미국과의 갈등이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같은 기술 부문에서 혁신을 가속화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리고 중국은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등, 원한다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을 여전히 갖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중국이 기존의 성장 촉진법의 효과가 체감하는 보다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여긴다.
이러한 기미는 팬데믹 이전에도 일부 눈에 띄었다. 중국 정부는 더 많은 차입과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택 시장에 의존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몇 년 간 중국 GDP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팬데믹 초기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하고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소비 급증으로 중국의 경제 문제는 한층 더 가려질 수 있었다. 이후 부동산 거품은 꺼졌고 서구의 중국 제품 수요가 감소했으며 정부 차입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달했다.
(계속)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subin.ki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허각 쌍둥이' 허공, 아침 9시 음주사고 후 도주…면허취소 수준 - 머니투데이
- "김히어라 덕에 학폭 벗어나…평생 은인" 동창생 미담글 또 등장 - 머니투데이
- 진짜 천재?..장동민 아이디어, 환경부 공모전 '우수상' - 머니투데이
- 수건 든 수상한 남자…바지 구멍 뚫고 여성 마주치면 '휙' - 머니투데이
- 전소미, '7500만원대' 초미니 패션…인형 미모+각선미 '감탄' - 머니투데이
- "일본보다 비싼데 굳이"…제주 외면하는 사람들, 상가도 '텅텅'[르포] - 머니투데이
- "마약했다" 아나운서 출신 김나정 급히 지운 글…누리꾼이 고발 - 머니투데이
- 전세대출 이자 깎아줘도 "안 써요"…부동산 전자계약 편의성 높인다 - 머니투데이
- "계속 카운팅해서 나와"…'200억 건물주' 유재석, 저작권 수입도 - 머니투데이
- 사강, 남편 사별 후 근황…"남편 일하던 회사 근무" 유품 그대로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