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류현진 난제' 1년 계약 vs. 다년계약, 5년전 보라스 전략은 대성공이었는데...

노재형 2023. 9. 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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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올시즌 후 FA 시장에서 다년계약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연합뉴스
2019년 1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단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류현진. 왼쪽이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다. 사진=MLB.TV 캡처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올시즌 후 FA 시장에서 제법 두둑한 다년계약을 제안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세울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LB.com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2023년을 좋은 성적으로 마칠 필요가 있는 예비 FA 9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류현진은 지난 번처럼 4년 8000만달러와 같은 계약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해 나가면 꽤 두둑한 다년계약(lucrative multiyear pact)이 가능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MLB.com은 9명 가운데 류현진을 7번째로 언급했다. 유력 언론들이 매 오프시즌 평가하는 FA 랭킹의 의미는 아니더라도 '톱9'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수요, 즉 러브콜을 적지 않게 받을 수 있는 후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년계약은 글자 그대로 2년 이상의 계약을 말한다. MLB.com은 류현진이 최소 2년은 더 메이저리그에 머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2일(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등판한 류현진. AP연합뉴스

그렇다면 '협상의 귀재', 'FA 전략가'인 보라스는 '상품 류현진'을 어떻게 포장해서 얼마에 팔 수 있을까.

보라스는 FA 직전 활약상과 희소성을 중요한 협상 카드로 여긴다. 적어도 한 시즌 이상을 건강하게 활약해야 하고, 자신의 독특한 강점을 어필해야 원하는 돈을 만질 수 있다고 믿는다.

보라스의 또다른 고객인 시카고 컵스 외야수 코디 벨린저를 예로 들어보자.

보라스는 지난달 28일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수요는 항상 희소성에서 창출된다. (코디와 같은)젊은 나이에 높은 수준의 기량을 갖춘 5툴 플레이어가 골드글러브급 중견수 및 1루수로서 치고, 달리고, 파워배팅을 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희소한 상품"이라며 "그런 선수에 대한 수요는 아주 매우 높다"고 밝혔다.

잘 알려진대로 벨린저는 지난 겨울 LA 다저스에서 쫓겨나 듯 FA 시장에 나간 케이스다. 2019년 NL MVP에 오른 뒤 3년 동안 부상과 부진에 시달려 다저스가 방출한 것인데, 보라스는 FA 시장에서 1년 계약을 위주로 협상을 진행했다고 한다. 2년 이상을 보장해준다는 구단도 있었지만, 2024년 상호 옵션을 포함한 '1+1년'을 제시한 컵스의 손을 잡았다.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상호 옵션을 안전장치로 걸어두고 올해 제대로 뛰어 성적을 낸 뒤 다시 FA 시장에 나가 제대로 된 계약을 맺어보자는 것이었다. 보라스의 전략은 제대로 통할 것 같다. 벨린저는 올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날 현재 타율 0.320, 24홈런, 86타점, 84득점, 19도루, OPS 0.916을 마크 중이다. NL 타율 4위, OPS 5위다. 무릎 부상으로 한 달 간 결장해서 그렇지 홈런과 타점도 '톱10'에 들 수 있는 수준이다. 2019년 기량을 회복했다고 보면 된다.

USA투데이는 보라스의 말을 전하면서 '벨린저의 가격은 매우 비쌀 것이다. 2억달러를 넘어 3억달러 이상을 요구할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시카고 컵스 코디 벨린저. USATODAY연합뉴스

이런 전략이라면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해 2개월 밖에 못 뛴 류현진은 보라스 입장에서 '난제(難題)'나 다름없다. 평균 연봉 2000만달러 이상을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벨린저처럼 1년 계약을 구상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류현진은 낯설지 않다. LA 다저스 입단 후 첫 FA 시즌인 2018년 그는 부상으로 5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재활에 매달렸다. 그리고 복귀 후 9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1.88의 눈부신 피칭을 펼쳤다. 당연히 FA 시장에서 꽤 비싼 가격을 제시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에 나갔지만, 보라스의 생각은 달랐다.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QO) 1790만달러를 받아들였다. 한 시즌 더 잘하고 FA 시장을 다시 노리자는 전략을 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류현진은 2019년 사이영상급 피칭을 펼치며 가치를 높여 4년 800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 나이와 건강이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2018년과는 다른 조건이고 환경이다. 1년 혹은 1+1년 계약을 하고 내년 정상급 실력으로 풀타임을 던진 뒤 다시 대박을 노리는 건 베스트가 아닐 수 있다. 마흔을 앞둔 나이라 내년 말 FA 시장에서 평균 연봉 2000만달러 이상의 조건으로 다년계약 대우를 받을 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 이상을 보장해주는 계약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일 공산이 더 커 보인다.

보라스는 이와 관련한 전략을 류현진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까. 아직은 모든 게 물음표일 뿐이다. 확실한 한 가지, 구단들이 FA 류현진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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