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전 업체 BHI “혹한기, 언젠간 끝날 거라 믿고 버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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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상남도 함안군에 위치한 비에이치아이(BHI) 제2공장.
김원 BHI 국내영업그룹 차장은 "원자력 외에 다른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있는 우리 회사는 그나마 피해가 덜한 편"이라며 "탈원전 기간에 원전 사업을 포기한 업체가 많고, 아예 부도를 낸 업체도 봤다"고 말했다.
회사는 '언젠가 다시 때가 온다'는 신념으로 원전 설비 제작에 필요한 공장 품질 인증을 꾸준히 갱신하며 버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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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상남도 함안군에 위치한 비에이치아이(BHI) 제2공장. 축구장 8개(약 5만6000㎡) 면적에 달하는 드넓은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찌지직’ 용접 소리가 귀를 때렸다. 헬멧을 눌러쓴 작업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방금 들어온 물건을 일일이 뜯어 상태를 확인했다.
BHI는 발전소·제철 공정에 필요한 발전용 기자재를 설계·제작·설치·시공하는 발전 기자재 전문 기업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포함해 화력 발전,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관련 설비를 모두 만든다.
공장 한쪽에는 작업자가 대형 버스만 한 크기의 급수가열기 겉면을 그라인더로 다듬고 있었다. 현장을 지키던 정강훈 BHI 생산2팀장은 “원전 터빈에서 나오는 과열 증기로 급수를 미리 데우면서 온도 차이로 인한 열 영향을 줄여 주는 핵심 장치”라며 “곧 신한울 1호기에 납품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탈원전 5년, 인력 줄고 월급 동결… “희망으로 버텼다”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만난 BHI 직원들은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을 “혹한기”라고 표현했다. 신규 원전 설립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수주가 예상됐던 사업들은 모두 사라졌다.
당장 일감이 사라진 숙련공들은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됐지만, 전체 사업 규모가 줄면서 일부 직원은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원 BHI 국내영업그룹 차장은 “원자력 외에 다른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있는 우리 회사는 그나마 피해가 덜한 편”이라며 “탈원전 기간에 원전 사업을 포기한 업체가 많고, 아예 부도를 낸 업체도 봤다”고 말했다.
회사는 ‘언젠가 다시 때가 온다’는 신념으로 원전 설비 제작에 필요한 공장 품질 인증을 꾸준히 갱신하며 버텼다고 한다. 임원들은 연봉을 동결했고, 직원 연봉도 삭감하지 않으며 인력 유출을 최소화했다. 김 차장은 “결국 에너지 산업은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 늘어난 일감에 활기… “원전 더 지어도 자신 있다”
BHI는 요즘 조만간 발주가 시작될 신한울 3·4호기 사업 입찰을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원전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인 격납건물 포스트텐셔닝 시스템(CPTS)의 입찰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향후 발주가 예상되는 격납건물 철판(CLP)과 스테인리스 스틸 라이너(SSLW) 입찰을 위한 제반 절차에 돌입했다.
김광민 BHI 원자력설계그룹장은 “기존 계획대로라면 이미 4~5년 전에 수주를 마치고 제작, 납품까지 들어갔을 물량들”이라며 “시점이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발주가 하나둘 진행되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원전 기자재 업체들은 향후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원자력 비중을 높이려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대형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고, SMR(소형모듈원전) 등 보조 전원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그룹장은 “원전 사업은 한 번 수주하면 4~5년 동안 장기 납품할 수 있어 업체들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추가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너무 늦어지지 않게 적당한 시기에 발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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