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되살아나자 '숨죽인' K반도체

안하늘 2023. 9. 9. 0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SMIC 7나노 칩 양산 성공 소식에
미국, 반도체 규제 강화 필요성 제기
중국은 아이폰 이용 금지 카드로 맞불
애플 시가총액 이틀만에 253조원 증발
미국이 수출 규제 강화하면 한국도 여파
게티이미지뱅크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부딪치면서 두 나라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애플 아이폰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전자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또다시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그 여파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7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공정의 반도체를 썼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연관기사
• 미중 기술 전쟁, 이번엔 스마트폰서… “화웨이 칩 조사” vs “아이폰 사용 금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90710200003200)

미국 정치권에서는 화웨이에 7㎚ 칩을 공급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SMIC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했다고 보고 전면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공무원 및 국영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이폰 이용을 금지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심지어 중국에서 '아이폰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거두는 매출은 전체의 1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애플의 시총은 이틀 만에 1,900억 달러(약 253조 원)가 증발했다.


대중 장비 규제 확대 기조에 삼성·SK 불똥 튈까 우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반도체 비중. 한국일보 자료

국내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②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상당수 국내 반도체 부품 기업들은 애플에 납품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화웨이 제품에 ③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SK하이닉스 측은 "미국 규제에 따라 수년 전부터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확인한 직후 미국 상무부 산업안전국에 신고했으며 자체적으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4.05%, LG이노텍은 3.17% 하락했다.

업계에선 미국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기술 및 장비를 대상으로 한 통제를 강화할까 걱정한다. 미국은 2022년 10월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를 도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1년 동안 적용을 유예했다. 이어 규제를 받기로 한 10월을 앞두고 우리 정부와 업계의 갖은 노력 끝에 유예 연장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정상끼리 만나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논의한 만큼 당장 뒤집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기조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우리 입장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세계 1위 올랐던 화웨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한때 삼성전자를 꺾고 세계 1위 스마트폰 브랜드 자리에 오른 화웨이가 다시 시장에 나타나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화웨이 칩 생산을 담당하는 SMIC의 7㎚ 칩의 수율(완성품 비율)이 50% 미만으로 추정되는 만큼 당장 화웨이가 꺼낼 수 있는 단말기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수출 규제를 받지 않는 네덜란드 ASML의 구형 장비(DUV)를 개조한 방식으로 7㎚ 칩을 제조하는 만큼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ASML의 첨단 장비인 극자외선(EUV)이 필요한데 미국의 규제가 이어지는 한 삼성전자, 애플이 만들고 있는 5~3㎚ 수준의 제품을 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SMIC 7㎚ 칩 수율을 감안하면 화웨이가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로 보인다"며 "아무리 중국 정부가 돕는다 해도 삼성전자나 애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뺏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중국이 미국의 규제 아래서 7㎚ 반도체를 양산했다는 점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한진 한국외국어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는 "당초 우리 업계와 서구권에서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수준이 14㎚에서 한계에 다다랐을 것으로 봤다"며 "중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약점과 강점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