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킬러 문항’ 없이도 변별력 확보, 할 수 있는 일을 왜 안 했나
정부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 방침을 밝힌 이후 치른 첫 수능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이 나오지 않았지만 적절한 변별력을 갖추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선 교사들은 물론 입시학원에서도 이번 모의평가 문제들이 학교 교육을 잘 따라가고 지문과 선택지를 꼼꼼하게 읽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킬러 문항을 내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국어와 영어는 예년보다 약간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입시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첫발을 무난히 떼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킬러 문항 배제라는 것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왜 진작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교육 당국은 그동안 킬러 문항 하나 맞히겠다고 수백·수천만원을 입시학원에 바치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초·중·고교 사교육비 지출은 역대 최대인 26조원에 달했다. 교육 당국이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라는 행정 편의적인 이유로, 학교 공부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나오는 것을 방치한 것은 아닌가. 할 수 있는 일을 방치했기 때문에 교육 당국과 사교육 학원이 공모해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사교육 카르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학원에 킬러 문항을 팔고 수억대, 수천만원대 고액을 챙긴 일선 교사들도 수두룩했다.
관건은 킬러 문항 배제라는 원칙이 실질적인 사교육비 절감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만으로도 대입을 준비할 수 있다는 신호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출제 방식에 대해, 나아가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 교육에 충실한 학생들에게 더 유리할 수 있는 출제 방식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수능만 아니라 논술·구술 등 대학별 고사에서도 공교육에서 벗어난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잘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나친 대학 서열화와 간판 위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과감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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