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잠수함, SLBM 발사관 욕심 냈다... 6개 크기인데 10개 장착
SLBM·핵어뢰 등 탑재 추정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서 첫 ‘전술핵 공격 잠수함’을 건조했다고 8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신포 조선소 내부에서 개발 중인 잠수함을 시찰한 지 4년 만에 건조를 끝냈다는 것이다. 북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장면은 여러 차례 공개됐지만, 다수의 SLBM 발사관을 갖춘 잠수함이 건조돼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날 수개월간 잠항이 가능한 핵 추진 잠수함도 개발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군과 전문가들은 잠수함 크기에 맞지 않게 발사관이 10개나 되는 점 등을 들어 “정상 운용이 어려운 기이한 설계”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정권 수립 75주년(9·9절)과 김정은의 방러를 앞두고 해군력을 과장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전술핵 공격 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이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진수식 연설에서 “‘김군옥영웅함’은 우리 해군의 기존 중형 잠수함을 공격형으로 개조하려는 전술핵 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말했다. 기존 잠수함과 새 잠수함 모두 무장 체계와 잠항 능력을 개선해 해군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을 보면, 이번 잠수함은 수중 배수량이 1800t인 로미오급을 개량한 3000t급으로 추정된다. 함상에는 총 10개의 발사관이 포착됐다. 이 가운데 4개에는 중거리 SLBM인 ‘북극성-3·4·5′를, 나머지 6개에는 KN-23(이스칸데르) 개량인 미니 SLBM을 각각 탑재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에는 SLBM 발사관이 없지만, 로미오급을 개량하면서 함상에 발사관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잠수함에선 지난 3월 공개한 핵어뢰 ‘해일’ 등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핵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해일은 주일 미군기지나 한반도에 전개하는 미국 항공모함 등을 공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다만 합참은 이번 잠수함 진수식이 “기만용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통상 3000t급 잠수함은 SLBM 발사관이 6개 안팎인데, 이번 북한 잠수함은 발사관이 10개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3000t급 잠수함이 10개 발사관에서 나가는 SLBM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 해군 도산 안창호함도 3000t급인데 발사관이 6개다.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SSBN)은 수중 배수량인 1만8750t으로 북 잠수함보다 몸집이 6배 크지만 발사관은 20~24개 수준이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길쭉하고 날씬한 외형인 기존 로미오급에서 수직 발사관 부위를 키우면서 전체적으로, 특히 후미 부분이 불룩해지면서 가분수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균형성을 잃어 수상·수중 항해 때 기우뚱거려 자세 잡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 군사 전문 매체 ‘워존’은 “외형이 기괴(bizarre)해졌다”면서 김정은이 ‘김군옥영웅함’이라고 명명한 이 잠수함에 ‘프랑켄 서브(Franken Sub·프랑켄슈타인 잠수함)’라는 별명을 붙였다.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조한 북 잠수함을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짜깁기된 인조 인간에 빗댄 것이다.
과시용으로 무리하게 설계를 하면서 잠수함의 생명인 은밀성과 정숙성도 떨어질 거란 지적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매우 심한 소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부두를 떠나는 순간부터 추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위원은 “1800t급 로미오를 3000t급으로 무리하게 개량하면서 세계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형태의 잠수함이 나왔다”면서 “안정하게 잠항할 수 있을지 SLBM 발사를 실제로 할 수 있을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극초음 미사일·군사 정찰위성 등과 함께 5대 국방 과제로 제시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이번에 건조된 잠수함은 짧으면 하루, 길게는 2주에 한 번은 물 위로 올라와야 하는 디젤식이지만, 핵 추진 잠수함은 3~6개월간 잠항(潛航)하다 기습적으로 SLBM을 쏠 수 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번에 선보인 디젤 잠수함이 실전 운용이 가능하다면 동해 등 수중에서 기동하다 한반도 측면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북한 지상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방어에 맞춰진 현 방공망을 뚫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핵 추진 잠수함까지 완성되면 SLBM 사전 포착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했다. 현재 한국형 3축 체제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은 “북한의 신형 무기 공개에는 선전 선동 전술이 들어가 있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핵 잠수함 등 한미 방위 태세를 뚫을 전략 무기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은 각별히 예의 주시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이 어려운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헛된 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부족한 자원을 탕진하는 데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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