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검찰, ‘尹이 수사 무마’ 가짜뉴스 알고도 방치했다
대선 직전까지 일부 언론들 오보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사건을 수사했던 ‘문재인 검찰’이 2021년 말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이 허위라는 점을 파악했으면서도 이를 방치해 일부 언론의 가짜 뉴스 보도로 이어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 부분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다.
이 가짜 뉴스는 JTBC가 2022년 2월 21일과 28일 두 차례 보도했고, 뉴스타파도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와 했던 인터뷰 녹음 파일 편집본을 공개하면서 유사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그 보도들이 나가기 전인 2021년 11~12월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조우형씨 조사 등을 통해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두 사람 조사를 진행하던 때는 민주당이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란 공세를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한 법조인은 “그때 검찰이 오보(誤報) 대응을 제대로 했더라면 JTBC나 뉴스타파는 그런 보도를 못 했을 것”이라며 “검찰은 그 가짜 뉴스들이 나온 뒤에도 침묵했다”고 했다.
당시 대장동 수사 지휘 라인은 ‘친(親)문재인 정권’ 성향으로 알려진 김오수 검찰총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김태훈 4차장검사 등이었다.
김만배씨가 신학림씨와 인터뷰를 하고 한 달 뒤인 2021년 10월 16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로서 대장동 대출 건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 후보”라는 글을 올렸다.
이틀 뒤인 10월 18일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수사팀에)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김오수 당시 총장의 말대로, 이후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수사가 이뤄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11월 19일 남욱씨를 조사했다. 당시 남씨는 “조우형이 2011년 2월 대검에 처음 출석했을 땐 10시간 이상 조사받고 나왔고, 그날 밤에 (대검 인근) 대법원 주차장에서 조우형을 만났는데 얼굴이 하얘져 가지고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던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남씨는 또 “김만배가 (두 번째 조사를 앞둔)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실제로 조사를 받고 나온 조우형이 ‘주임 검사가 커피를 타 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주임 검사’에 대해 남씨는 “그 사람이 윤석열 중수2과장이란 것을 김만배로부터 (2011년) 들은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당사자인 조우형씨는 닷새 뒤인 2021년 11월 24일 정반대로 진술했다. 조씨는 ‘대검에서 윤석열 중수과장을 만나거나 조사받은 적 있나’라는 검사 질문엔 “없다.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조씨는 “2011년 4~5월 대검 중수부에 세 번 정도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부산저축은행 김모 부회장의 부탁으로 박모(로비스트)에게 돈을 전달한 적이 있는데 그와 관련된 내용을 조사받았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1회 출석 땐 휴대폰 사용 내역 동의서를 작성했고, 박 검사가 ‘수사에 협조할 뜻이 있느냐’ 등을 질문하기에 변호인과 상의해보겠다고 답변한 뒤 간단히 진술서를 작성했다”며 “돈 가방 구매 영수증 등을 모아서 제출하기 위해 2회 검찰에 출석했다. 3회 출석 땐 박 검사가 돈 전달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고 했다.
민주당 주장과 달리, 당시 대장동 초기사업자의 부산저축은행 대출로 조사받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조씨가 2015년 처벌받은 ‘대출 커미션 10억여 원 수수’는 2014년 예금보험공사 조사에서 드러난 혐의였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5조원의 공적 자금 손실을 초래한 초대형 금융 비리 사건이었다. 2011년 검찰 수사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무비서관 등이 구속됐다. 부산저축은행 회장, 부회장과 감사 등 고위 임원 14명도 사법 처리됐다. 총 50여명이 구속 기소되고 40여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수사에 검사와 수사관 200여명이 투입됐다.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 주임 검사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를 지휘했다. 한 법조인은 “중수2과장이 누구의 부탁을 받고 조금이라도 사건을 무마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남씨와 조씨의 진술이 엇갈리자 2021년 12월 대질 신문이 이뤄졌다. 여기서 남씨가 ‘주임 검사’에 대한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남씨는 “조씨에게 직접 듣지 않아 착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는 언론들이 민주당이 쟁점화한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취재하던 때였다. 관련 기사도 이어졌지만, 검찰은 사실상 침묵했다. JTBC의 ‘윤석열 커피’ 보도,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JTBC는 2022년 2월 21일과 28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대장동 관련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검찰이 조씨 계좌추적도 했다’고 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남욱씨와 조씨가 각각 2021년 11월에 했던 진술 조서를 가진 상태에서 남씨 진술만 보도했다고 지난 6일 JTBC가 사과하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본지에 “의혹 당사자인 조씨보다는 제3자인 남씨 진술이 더 신빙성 높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작년 10월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첫 보도가 나온 작년 2월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JTBC 기사를 공유하면서 “후안무치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2월 2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검사의 커피 게이트”라고 했다. 안 의원은 “(대장동 특혜의) 시발점은 윤석열 검사가 타 준 커피로부터 시작됐다”며 “이 부분에서 새로운 프레임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은 최근 김만배씨가 신학림씨에게 ‘책 세 권’ 값으로 1억6500만원을 준 것이 드러나자 YTN에 “(김씨는) 50억도 주는 사람인데 뭐 1억 정도야 줄 수 있다. 그것도 책값으로 줄 수도 있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 본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당시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 확산의 배경에 ‘문재인 검찰’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순차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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