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재무통(通)으로 꼽히는 양종희(62) 부회장이 현 윤종규 회장의 후계자로 결정됐다. KB금융 역사상 첫 ‘행원 출신 회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은행 출신이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양 부회장이 KB금융 사령탑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금융계에서는 “신선한 이변이 벌어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추천 위원회(회추위)는 이날 회장 후보군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투표를 거쳐 양 부회장을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양 부회장과 경합을 벌인 후보는 허인 부회장과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 개발은행 회장이었다.
양 후보자는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재무기획부, 서초역 지점장을 거쳐 KB금융지주로 옮겼다. 지주에선 경영관리부장, 전략기획부장 등을 맡으며 ‘재무·전략통’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로 회사를 이끌며 그룹 비(非)은행 부문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손보는 작년 당기순이익 5577억원을 기록, 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 부회장은 지주·은행·계열사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은행·비은행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고, 디지털·글로벌 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금융권에선 당초 KB국민은행장을 4년여간 지낸 허인 부회장이 우세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허 부회장을 누르고 양 부회장이 됐다는 것은 은행보다는 비은행, 이자 이익보다는 비이자 이익에 금융의 미래가 있다는 점에 사외이사들이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부회장은 “기회를 주신 회추위에 감사드린다”며 “KB금융그룹이 시장과 사회에서 존경받는 금융 산업의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KB금융 차기 회장 선정 과정은 ‘관치(官治) 논란’과 ‘정보 유출’이 없었던 ’2무(無)’ 인선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작년 말 신한금융그룹 회장 선임 때는 당국이 조용병 당시 회장 3연임에 부정적 입장을 숨기지 않았고, 올 2월에는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선임되면서 재차 관치 논란이 불거졌다.
KB는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이런 논란을 원천봉쇄했다. 윤종규 회장은 다른 금융그룹보다 앞선 2018년 이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후계자 양성에 공을 들여왔다. 최종 후보자가 된 양 부회장은 이 프로그램에 의해 2021년 지주 부회장이 된 첫 인물이다. 차기 회장으로 ‘길러진’ 셈이다.
1차 롱리스트(Long list·1차 후보군) 선정 과정부터 쇼트리스트 선정 때까지 외부 후보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막판까지도 보안이 지켜졌다는 점 역시 돋보였다.
이날 최종 후보로 오른 양 부회장은 1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을 거쳐, 11월 20일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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