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1387억 빼돌린 경남은행 직원 구속 기소
1387억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A씨는 검찰 수사를 피해 달아났다가 지난달 21일 체포됐다. 당시 A씨는 은신처 세 곳을 전전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147억원어치 금품을 숨겨놓고 있었다. 침대 밑에 넣어둔 에코백 등에서 1kg 골드바 101개, 현금 45억원, 미화 5만달러, 상품권 4100만원 등이 쏟아져 나왔다.
A씨는 고가의 명품 55점을 집에 감춰두기도 했다. 남녀 구두와 운동화, 팔찌와 목걸이, 가방 등이었는데 이들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물건이었다고 한다. 또 A씨의 아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도 4억원어치 현금과 수표가 발견됐다. 이 돈은 김치통 안에 비닐에 싸인 채 담겨 있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임세진)는 8일 A씨를 횡령, 범죄 수익 은닉, 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 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은행 자금 1387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부동산 시행사 명의로 대출금 출금 전표를 위조해 699억원을 가족이나 페이퍼 컴퍼니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동산 시행사가 추가 대출을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대출 요청서를 위조해 대출을 받은 뒤 페이퍼 컴퍼니 계좌에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는 지난 7월 경남은행이 A씨를 고소하면서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챈 A씨는 횡령한 돈을 상품권 거래 업자를 통해 ‘자금 세탁’한 뒤 골드바, 현금, 달러, 상품권 등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 금품들은 A씨의 은신처에 보관돼 있다가 검찰에 압수됐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7년간 범행을 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나중에 횡령한 돈으로 먼저 횡령한 돈을 채워넣는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경남은행은 실제 피해 규모를 500억여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검찰은 A씨와 배우자, 페이퍼 컴퍼니 등에서 151억원어치 금품을 압수했다. 22억원어치 재산을 동결하라는 법원 결정도 받았다. 또 검찰은 A씨의 공범 한 명도 구속하고 추가 범죄 여부를 수사 중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