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하다 떠난 친구들 그림책에 담아… 판매 수익금 소아암 병동에 기부

오유진 기자 2023. 9. 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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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모구성 백혈병 투병 김청원씨, 항암치료 받으며 매일 8시간씩 그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일원역캠퍼스 건물. 김청원(22) 작가의 그림책 ‘Dream’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고등학생 때부터 백혈병을 앓았던 김 작가는 작년 11월 완치됐다. 이 책은 그가 투병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만든 책이다. 이날 북 콘서트에는 김 작가를 치료한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소아암 병동 의료진이 참석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투병기와 그림책을 설명하며 의료진 41명에게 종이 카드를 전달했다. 카드에는 의료진 얼굴 하나하나가 담겼다. 김 작가의 북 콘서트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김 작가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9년 1월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3년 11개월 동안 항암 치료를 받았다. 치료 초기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의 추천으로 그림책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살면서 한 번쯤 내 그림을 담은 책을 출간해 보고 싶었다”며 “이왕이면 예쁜 그림책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좋은 곳에 기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매일 8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주로 집에서 항암 치료제를 복용하며 작업했다고 한다. 입원했을 땐 환자 침대에 앉아 종이와 색연필, 연필 등을 이용해 2시간씩 작업했다 쉬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힘들지만 그림 그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통증이 살짝 잊히는 느낌이 들었고 우울한 감정도 차츰 나아졌다”고 했다.

항암 치료와 동시에 그림책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김 작가는 “하루에 4번씩 항암 치료제를 먹고 나면 속이 울렁거렸고, 몸이 붓고, 독감에 걸린 것처럼 몸이 아팠다”며 “집이 아닌 병원에서 항암 치료받을 땐 심한 후유증이 이틀에 걸쳐 지속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그림 작업을 하지 못하고, 종일 누워만 있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3년 8개월간의 작업 끝에 김 작가는 책 ‘Dream’을 완성했다. 세 명의 등장인물이 노란 나비를 따라 국내외 여러 곳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등장인물 셋 중 둘은 김씨와 함께 항암 치료를 받다 숨진 친구들을 모티브로 했다. 그는 “두 친구와 치료를 마치면 같이 여행을 다니기로 약속했었다”며 “그 친구들과의 약속을 책 속의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책은 올해 2월 초판 100권이 발행됐고 2주 만에 완판됐다. 김 작가는 수익금을 기부하면서 “병동에 필요한 물품이나, 환자들을 위한 선물로 기부금이 쓰여도 괜찮다”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쓰인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좋다”고 했다. 그는 “병동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작가의 주치의였던 주희영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원이가 힘든 치료 중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눠 고맙고 훌륭하다”며 “앞으로도 청원이를 응원한다”고 했다. 김 작가의 치료를 지켜본 간호사들은 “북 콘서트에서 책의 숨은 속 이야기까지 듣게 되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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