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6·25 美 노병들을 배웅할 준비
지난달 한국대학생평화안보연구회 소속 대학생과 6·25 참전용사들의 만남을 취재하러 미국 버지니아주(州) 윈체스터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회 현지 지부의 월례회의에 다녀왔다. 인구 2만8000명의 소도시에서 열린 회의의 풍경은 참 소박했다.
6·25 참전용사와 배우자들, 그리고 주한미군 복무 경험이 있는 전직 군인 30여 명이 허름한 재향군인회관에 모여 1인당 7.25달러(약 9600원)짜리 간단한 점심을 함께 들며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물었다. 19살에 전장에 파병돼 스무 살 생일을 한국에서 맞았다는 참전용사 출신의 폴 캠벨(90) 목사는 회의 시작 전 기도를 올리며 “자유는 공짜가 아니고 누군가는 복무해야 했다. 오늘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게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슴이 찡했다.
참전용사들을 직접 만나 보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점들도 보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 중 가장 젊은 루이스 유잉씨가 89세, 최고령자인 나스 칼리바씨는 94세였다. 윈체스터 지부의 현재 회원은 총 88명밖에 안 되지만, 버지니아주에서 가장 큰 한국전쟁 참전용사 모임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에 복무한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어, 실제 6·25전쟁에 참전한 분은 더 적었다.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고 한국의 자유를 누구보다 중시하는 분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후에 이 모임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에 동행한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생존 참전용사 숫자가 줄어들면서 해마다 미국 여러 지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회 지부가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신경수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은 “한국 측에서 여전히 6·25 참전용사 초청 행사를 기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분이 별로 없다”며 “참전용사들의 마지막을 어떻게 기리고 한미 간의 유대를 무엇으로 이어갈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6·25 참전용사 사후에 고령의 배우자가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재단 등에 연락해 “전쟁 당시 사용했던 유품이 있는데 자녀들이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 어디 맡길 곳이 없느냐”고 묻는 일도 많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수거해 보관할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미 보훈부에 따르면 한국전 관련 참전자로 분류되는 1950~1955년 복무자 680만명 중 지난해 9월 말까지 생존한 이는 91만여 명이다. 미 보훈부는 그 가운데 12만명 정도가 매년 세상을 떠나 이달 말에는 78만여 명, 내년 9월 말에는 66만여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미 동맹을 진짜 ‘혈맹’으로 만들어줬던 참전용사들이 아직 남아 계신 동안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미국 내의 강력한 친한 단체였던 한국전쟁 참전용사회의 정신과 활동을 계승할 방법은 없을까.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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