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은 헤로인의 50배… 中서 발발한 新아편전쟁

채민기 기자 2023. 9. 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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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닐

펜타닐

벤 웨스트호프 지음|장정문 옮김|소우주|444쪽|2만원

“통 안에는 화학물질이 담긴 1㎏짜리 지퍼백이 가득했다. 그 엄청난 양은 작은 나라 전체를 마약에 취하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미국의 탐사 보도 기자인 저자는 2018년 상하이 외곽에서 목격한 실험실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열강이 들여온 아편에 병들었던 중국이 펜타닐 유사 물질을 합성해 서구로 수출하는 ‘신(新)아편전쟁’ 현장이었다.

1959년 얀센에서 진통제로 개발한 펜타닐은 지금 미국 18~49세 사망 원인 1위다. 중독성이 헤로인의 50배나 되는 이 신종 마약은 실험실에서 합성해 원료 작물이 필요 없고 소량으로 유통돼 탐지가 어렵다. 단속 기관이 대응에 나서도 제조자들은 화학 조성만 살짝 바꿔 빠져나간다.

펜타닐의 등장과 제조·유통 과정을 파헤치고 마약과 싸우는 사람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이를 위해 마약 중독자, 판매자, 정책 입안자 등 160명을 인터뷰하고 문헌을 수백 건 검토했다. 마약상을 가장해 중국의 제조 실험실에 잠입하는 장면은 스릴러 소설을 방불케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흉기 난동범이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주장했고, 펜타닐을 불법 처방한 의사가 구속됐다. 펜타닐은 다른 나라 얘기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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