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설가 위화 “이문열 만나고 싶었는데 우파라 안 된다고 하더라”
“세계 어디든 책이 점점 덜 팔리고 있다. 이는 앞으로 책이 출간될 기회가 적어진다는 의미라서 걱정이 된다.”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63)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등단 40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말했다. 1983년 단편 ‘첫 번째 기숙사’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인생’ ‘형제’ ‘허삼관 매혈기’ 등 히트작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작가. 8일 개막한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석차 방한한 그는 “예전엔 제 책을 내기로 한 해외 출판사들이 100권을 찍었다면, 이젠 50권만 찍는다. 책보다는 드라마, 소셜 미디어에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42개 언어로 번역되고, 중국에서만 2000만부 팔린 소설 ‘인생’의 작가도 출판 불황을 걱정하는 때가 온 것이다.
그는 이날 한국과의 인연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가 생활을 돌이켜봤다. ‘인생’(국내 10만부)보다 ‘허삼관 매혈기’(국내 25만부)가 많이 읽힌 국가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위화는 “의아한 일이다. 다른 작가와 이야기를 해본 결과, 한국 독자들의 소양이 높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위화는 소설가 이문열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중국에서 좌·우파는 오늘은 싸우지만 내일은 술을 마신다. 그러나 한국은 그러지 않고, 너무 열성적이다”라고도 했다. 1998년 이탈리아의 한 행사에서 이문열을 만난 다음, 2000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행사 주최 측에 그를 초청해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 “(주최 측이) 이문열은 우파라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 그 후로도 이문열을 만나고 싶었는데, 보지는 못했다.” 그는 2000년 방한이 “가장 편하고 재밌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교보문고에서 작가 사인회를 주최했는데 참석자가 없어 행사가 취소됐다고 한다. “그때는 행사가 두 개밖에 없었는데, 그중 하나가 취소되니 맥줏집으로 바로 갔다. 굉장히 많은 곳을 구경하고 다녔는데, 이젠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즐겁게 노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이날 저녁에도 한국 소설가 정지아와 함께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강연에서 ‘언어의 다리를 건너’를 주제로 대화하는 등 일정이 이어졌다.
일상에서 ‘재미’를 놓지 않으려는 작가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중국 격동의 근현대사에서 고된 인생을 사는 이가 많다. “구상 중인 차기작 중 하나는 짧지만 코믹한 내용이다. 내 작품에는 고단하고 힘든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와 반대로 재밌는 소설을 써보려고 한다.” 다음 달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묻자, 작가는 크게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한국에서도 상을 하나도 못 받았는데 무슨 노벨상입니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명보호, 요르단·이라크 무승부로 승점 5 앞서며 독주 체제
- 한국, 1년 만 美 ‘환율 관찰 대상국’ 복귀...수출 늘어나며 흑자 커진 영향
- “김정은도 그를 못 이겨”... 이 응원가 주인공 황인범, 4연승 주역으로
- 트럼프, 월가 저승사자에 ‘親 가상화폐’ 제이 클레이튼 지명
- 앙투아네트 단두대 보낸 다이아 목걸이…67억에 팔렸다
- 트럼프 최측근 머스크, 주초 주유엔 이란 대사 만나
- [Minute to Read] S. Korean markets slide deeper as ‘Trump panic’ grows
- [더 한장] 새총 쏘고 중성화 수술까지...원숭이와 전쟁의 승자는?
- 먹다 남은 과자봉지, 플라스틱 물병 한가득…쓰레기장 된 한라산 정상
- 트럼프, 보건복지부 장관에 ‘백신 음모론자’ 케네디 주니어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