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음식은 너무 맵고 냄새난다”… 식민지 조선을 관광한 일본인들
근대 일본인의 서울·평양·부산 관람
정치영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506쪽 | 2만8000원
“한눈에 내려다본 경성(서울) 시가의 전망은 실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내지(일본) 등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산의 모습이었다. 살짝 안개가 서린 가운데 아침 햇볕을 받은 집들이 모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어딘가 외국의 거리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경치였다.”
서울 관광을 온 일본인이 ‘마치 외국에 온 것 같다’고 쓴 이 이상한 문장은 1941년 소설가 닛타 준이 쓴 것이다. 한국의 근대 관광 산업이 본격화된 것은 불행하게도 타의에 의해서였다. 1910년 이후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관광 개발을 위해 일본인이 서울과 평양·부산 등을 여행하도록 유도했다. 산업화로 발전하는 듯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본 제국주의의 정당성을 홍보하려는 의도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 전공 교수인 저자는 당시의 기행문과 관광 안내서, 지도·사진 등을 분석해 소비자의 관점에서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 관광을 분석한다.
‘깃발 관광’이라는 별명을 지니게 되는 일본인 패키지 관광의 특성이 이때부터 나타났다. 현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현지인과 만날 기회가 배제되는 관광이었다. ‘맵고 냄새나며 기름지다’며 조선 음식은 좋아하지 않았고 기생을 보기 위해 요릿집을 찾았다. 그들이 남긴 기행문 속에는 대개 ‘제국주의 지배 아래 낙후됐던 조선이 발전하고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조선인은 이것(도시의 변모)을 두고 무엇이라 하겠는가. 황화(皇化)의 은택이라 환호할까, 이문화의 침입, 고유 문화의 파괴라고 저주할까’라는 한 일본인의 글에서는 다소 양심의 가책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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