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후추 등 45개 식물이 명품 향수로 탄생하기까지
최보윤 기자 2023. 9. 9. 03:01
향수가 된 식물들
장 클로드 엘레나 지음ㅣ이주영 옮김ㅣ228쪽ㅣ2만5000원
향수 분야에 올림픽이 있다면 모든 금메달의 주인공은 아마 이 남자일 것이다. ‘파리의 코’라 불리는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다. 1947년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 남부 그라스에서 태어난 그는 불가리, 에르메스 등 유명 브랜드의 인기 향수를 탄생시키며 ‘조향사들의 조향사’ 역할을 했다.
레몬, 당근, 후추에 이르기까지 자연에서 추출한 1000가지 향료를 섞어 상상 속의 향을 조합해 낸다. 그런 그가 특히 좋아하는 향은 무엇일까. ‘천일야화’의 이야기꾼 셰에라자드같이 부드럽게 중독되며 빠져들 수밖에 없는 투베로즈? 와인처럼 증류 뒤 숙성을 거쳐 성숙한 향을 지니는 라벤더?
향수 원료가 되는 45가지 식물의 쓰임에 관한 설명과 함께 50년 넘는 자신의 조향 인생을 담은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의 살냄새와 섞인, 말로 꺼내기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냄새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한다. 냄새를 악기 삼아 연주하는 작곡가가 된 것 같아 즐겁기 때문. “조향이란 향기가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글을 쓰는 것”.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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