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최재혁 "전통 깨는 게 클래식의 전통"[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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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29)은 주목받는 차세대 지휘자 겸 작곡가다.
2017년 72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작곡부문)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세기의 거장 사이먼 래틀경과 포디움에 올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 화려하게 데뷔했다.
작곡과 지휘를 동시에 하는 그에게 두 작업은 다르지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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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에 창작됐다고 '현대음악'이라는 용어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최재혁(29)은 주목받는 차세대 지휘자 겸 작곡가다. 2017년 72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작곡부문)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세기의 거장 사이먼 래틀경과 포디움에 올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 화려하게 데뷔했다. 런던심포니·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고, 세계 최정상 현대음악연주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에서 위촉을 받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0월6일에는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창단한 앙상블블랭크와 함께 롯데콘서트홀 '매일클래식' 무대에 올라 다채로운 현대음악의 세계를 조명한다. 자신의 첫 '오르간 협주곡'을 오르가니스트 최규미와의 협연으로 세계 초연한다.
현대음악 작곡가로 분류되는 최재혁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음악'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전통에 반기를 드는 것이 클래식 음악의 전통입니다. 반기를 들어가며 새로운 작품을 만든 것이 지금까지 작곡가들이 한 일 아닌가요. '현대음악'이라기 보다는 '최신음악'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12분 가량의 오르간 협주곡을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렸다. 2020년 이 곡을 구상했고, 첫 페이지를 쓰고나니 1년이 지났다.
"오르간으로 소리를 내 본 적은 있지만 사실 오르간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만큼 쉽게 만질 수 있는 악기가 아니잖아요. 상상에 많이 의존했어요. 이렇게 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저렇게 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상상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마르코스 그레고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뉴욕에 살며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갔다가 우연히 작품을 봤어요. 땅이 말라 가뭄으로 갈라진 듯 울퉁불퉁하고 금이 간 느낌이었죠. 거칠고 폭력적일 수 있는 이런 질감을 음악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죠."
그렇다고 마냥 거칠기만 한 곡은 아니다. "곡을 쓰던 중 이탈리아에서 맥주를 한 잔 하는데 날씨도, 경치도 굉장히 좋았어요.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쳐 나왔죠. 화려하고 약간 붉은빛을 띤 빛을 오르간의 소리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도 곡에 들어갔죠."
최재혁은 "그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소리의 이미지, 불멸의 욕망을 쫓았다"며 "오르간 협주곡을 통해 두 가지 미학을 잘 섞어보자는 마음으로 작곡했다"고 했다. "오르간의 대표적 특성은 울림이 길다는 거에요. 잔향이 길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제가 쓰고 싶었던 음향을 드디어 써보게 돼 좋습니다."
거대한 오르간과 앙상블의 협연인 만큼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오르간의 음량이다. "오르간만의 색채가 다른 악기들과 섞이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어요. 다만 음량에 대한 걱정이 있는데 이 부분은 리허설을 하며 맞춰나갈 생각입니다."
최재혁은 컴퓨터가 아닌 오선지와 연필로 작곡을 한다. "작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면의 귀'라고 생각해요. 내면의 귀를 기르는 방법은 상상하고, 상상에 상상을 더하는 거죠. 그런데 컴퓨터로 작곡을 하면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잖아요.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제 상상이 미디의 소리에 덮여버리고, 상상에 제한이 걸리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전 종이가 편합니다."
작곡과 지휘를 동시에 하는 그에게 두 작업은 다르지만 같다. "지휘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면 작곡은 혼자 상상을 펼치는 작업이에요. 극과 극이지만 둘 다 소리를 만드는 일이죠. 손으로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지휘와 작곡의 아름다움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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