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침략자에 꼬박꼬박 "선생"… 6·25 전범 불감증 뒷감당 되나
노태우 계승? 고유자치? 변명 갈린 광주정치권
침략자에 "정율성 선생" 묻지마 기념이 결론
'파로호 개명' 中 대리 정권압력 맞선 화천군 대조
탈북의원에 "빨갱이, 쓰레기"도…본질 드러내
더불어민주당이 실시간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역사·인권·주권·안보·외교·환경 등 각종 이슈에서 휘두르던 잣대가 남아나는 게 없다. 다 부러지고 '누구를 향했을 때 표변하는지'만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일제 패망 후 75년 넘게 흐른 현대 일본에 "전범(戰犯)기업"이 활개친다며 정권차원에서 "경제전쟁"을 선동하고 자국민을 불매운동 재판대에 올린 세월이 5년도 되지 않았다. 현재도 어떤 정치인은 "일본과 싸워야 할 우리 국민"이 지금 윤석열 정부와 싸운다는 소설같은 세계관을 펼친다. 이들은 원전에서 희석 방류된 삼중수소수조차 일본 국적일 때만 지구적 위험이 된다고 한다.
이 당은 한국과 동맹인 미국, 미국과 동맹인 일본 간 3국 협력도 날마다 '걱정거리' 취급한다. 그러나 북한·중국·러시아의 노골적 결속과 갑질엔 모든 잣대를 물려버린다. 애초 북중로(北中露)는 각각 1950년 6·25 기습남침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지원 참전하고, 김일성의 개전(開戰)을 윤허하고 무기공급을 한 주체다. 전후 공산주의 체제 실패를 맛봤지만 북중은 각각 로동당·공산당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침략이 일상인 러시아까지 패권주의의 나쁜 습성 역시 못 버린 모습이다. 애초 6·25 전쟁 가해자이면서 반성한 적이 없다. 중국공산당은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을 치렀다고 강변한다. 마치 미국이 거악(巨惡)이어서, 이에 맞서 자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시쳇말로 '피해자 코스프레'가 도를 넘었다.
중국령도 아닌 한국 땅에 버젓이 위업(偉業)처럼 항미원조를 새겨놓은 곳이 있다. 전라남도 화순군이 2019년 약 12억원 혈세로 복원한 정율성(정뤼청) 고향 집이다. '정율성이 항미원조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 등을 전시해 놨다. 정율성은 일제시대 광주 출생이지만 '중국 3대 혁명음악가' '중국 군가의 아버지 조선족 음악가' 등으로 불린다. 난징 조선혁명간부학교 시절 음악을 배우면서 '선율(旋律)로써 성공(成功)하겠다'는 의미의 '율성(律成)'으로 개명한 인물이다. 1939년 1월 중국에서 공산당원이 된 뒤 '팔로군 행진곡(1988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 채택)' 작곡, 해방 후 북조선로동당에 입당해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짓고 김일성 포상장(1948년 2월)까지 받았다. 1950년 중국 국적을 얻은 정율성은 연말 중공군으로서 파견해 부역하고, 서울 남하 땐 조선궁정악보도 약탈해갔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율성의 6·25 남침 부역 등 일련의 행적을 공론화했다. 광주광역시가 이미 있는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 일대에, 올 연말까지 재정 48억원을 들여 추가 조성하는 '역사공원'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다. 광주 남구 양림동엔 '정율성 거리'도 조성돼있던 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8일 광주시 제출자료를 들어 2005년 시작된 '정율성 국제음악회' 예산이 72억원, 또 2014년부터 광주MBC의 '정율성 동요제' 예산이 7억3000만원이 쓰인 것을 감안하면 "6·25 남침 나팔수"를 위해 127억원 이상 시민 혈세가 쓰였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의원은 특히 "2021년도 조성된 광주 5·18 역사공원 조성사업 예산이 38억원인데, 그 면적의 3%에도 못 미치는 정율성 공원 조성에 10억이나 더 쓰인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달 첫 해명에서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뛰어난 음악가"로 받들었다. 궤변이다. 전범 기념 논란엔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 운운, "색깔" 타령으로 논점이탈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보고 "투자"한다는데,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을 본 듯하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정율성을 한중우호 인물로 꼽았다는 문장, 정율성의 부인 딩쉐쑹(정설송)의 중국내 위상 등을 미루어 알 만 했다. 강기정 시장은 광주시민이자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아들을 잃은 김오복 여사의 항의, 전국 보훈단체 및 4·19 공법단체와 일부 5·18단체의 규탄도 외면했다. '보훈부 관제데모'로 싸잡아 비난도 했다. 정율성 공원 반대가 국민 절반 안팎이고 찬성은 그 절반 수준, 호남권에서도 반대가 높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도 요지부동.
광주시는 민주당 진영이 '전직 대통령' 호칭조차 부정하는 노태우 시절 한중수교 분위기와 엮어 역대 정부 과제인양 둔갑시키는 논리로 변주했다. 하지만 6일 박필순 광주시의원은 "지자체 고유의 자치사무"라는 정반대 주장으로 이른바 "정율성 선생" 지키기에 가세했다. 국체(國體)와 지역민 여론조차 '무언가'의 후순위로 전락했다. 2019년 5월 중국 정부의 압력을 받은 민주당 정부에서 1951년 중공군을 대파해 이름지어진 파로호(破虜湖·오랑캐를 무찌른 호수) 지명을 일제시절 '대붕호'로 바꾸란 압력을 받았지만 역사와 민의를 무기로 물리친 강원 화천군 당시 야당 군수의 '소신 행정'이 극히 대조된다. 전임 민주당 강원도정이 2021년 4월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청와대 청원으로 홍천군 한중문화타운 사업 추진 경위가 도마에 오른 일도 떠오른다.
북한군에 희생된 자국 장병을 추모할 날에 적군(敵軍) 묘지를 참배한 선출직 공직자도 있다. 2019년 '제4회 서해수호의날'이던 3월25일 당시 박정 민주당 의원은 '한중우호문화교류협회' 등이 주최한 '제3차 파주 적성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 추모제'에 참석한 뒤, 언론에 '3회째' '매년' 함께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파주 적군묘지는 1950년6월25일부터 1953년7월27일 사이 전사한 북한군과 중공군 유해, 북한 간첩 등을안장한 묘역이다. 박정 의원은 2020년 2월 중국 우한발(發) 코로나19 유입으로 국내 '마스크 대란'이 예견된 당시, 정부와 함께 중국유학교우총회 회장으로서 마스크 150만장을 중국에 반출한 일도 있다.
반일선전 과정에서 중국 심기경호를 위해 과학을 내던진 정황도 있다. 8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문재인 정권 외교부의 행적으로 "'오염수 처분 방법은 정상 원전 처리 방법과 유사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4월 지시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실익이 크지 않다'는 보고를 청와대에 한 것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을 따르겠다던 잣대만 뒤집은 게 아닌 셈이다. 후쿠시마 원전 연간 방류계획의 48배 가까운 농도로 서해를 향한 중국 동부 원전의 삼중수소수 방류에 눈감는 이유로 민주당 진영은 "정상원전과 사고원전의 비정상 방류는 다르다"는 주장을 펴왔다.
반일과 친북 잣대는 어떤가. 일단 자국민에게 온갖 자기검열을 강요해놓고 정작 JAL(일본항공)을 타서라도 일본을 옆집처럼 누빈 것도 민주당 정치인들이다. 민주당 출신 비례대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난 1일, 자칭 일조(日朝·일본과 북한) 우호단체들과 반국가단체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연계 행사로 향해 "남조선 괴뢰도당" 적대발언을 듣고 앉아있었다.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모를 위해서라면 정부가 후원한 한국계 민단 추도식도 있었지만 외면했다. 윤미향 의원과 국내 단체들은 계기논평으로 지금의 '재일조선인(북한인)'이 차별당하고 있단 주장을 펴거나, 현 한미일 정부의 3국 공조를 비난하는 데 더 관심있어 보였다.
조총련은 북한 지령으로 남한계까지 싸잡아 9만3000여명 재일교포를 일측 묵인 아래 북송한 인권유린 주체로도 꼽힌다.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탈북 고위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윤 의원의 행보, 민주당의 북한인권법 사문화를 비판하며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야, 무슨 빨갱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부역자야", "쓰레기" 등 막말을 쏟아냈다. 현 시대의 북한 정권엔 침묵하면서, 북한 체제를 탈출한 탈북 인사에게 되레 "빨갱이"라니 형용 모순이다. 이는 2020년 총선 기간 "진짜 빨갱이는 김정일한테 충성한 태영호를 공천한 미래통합당"이라던 민주당 의원 모습과도 겹쳐보인다.
반미친북 운동권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의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어"라며 화룡점정을 했다. 북한 정권 선전매체들은 태 의원뿐 아니라 탈북민 자체를 "인간쓰레기" "도주자쓰레기"라거나 범죄자라며 비방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단식 농성장으로 향해 박영순 의원 징계를 요청한 태 의원에게 야당 지지자들은 "공산주의자 나와"라고 비아냥댔다. 이런 사람들이 홍범도 흉상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에만 '소련공산당 출신, 공산주의자라서 탄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편다. 홍범도 장군이 1943년 사망했기에 '무관하다'면서도 대한민국의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흉상을 존치해야만 한다는 주장의 진정성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천안함 자폭 조작' 운운 인사와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비하한 수석대변인 막말에 '공식 사과'한 일이 없다. 여당 시절 주한미국대사에 대해 '일본계', '콧수염'을 운운하며 비방한 지지자들을 방관하고, 제1야당이 돼선 주한중국대사에게 당대표가 찾아가 15분 동안 '중국 베팅' 훈시를 듣고 온 이유를 납득할 만하게 설명한 적도 없다.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면서 이순신 장군이란 '이기는 전쟁의 상징'을 독점하려 들거나, 북·중의 주권 위협엔 눈감고 미군과의 전시작전권 분리에만 핏대를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서 집요하게 우크라를 비아냥댄 패턴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철 지난 이념'은 과연 누가 좇고 있는지, '색깔 없는 척' 하지말고 그대로 심판받아보는 게 그나마 양심적일 것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반론보도] '[한기호의 정치박박] 침략자에 꼬박꼬박 "선생"…6·25전범 불감증 뒷감당 되나' 관련
본보는 9월 9일자 '[한기호의 정치박박] 침략자에 꼬박꼬박 "선생"…6·25전범 불감증 뒷감당 되나'라는 제목으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서해수호의 날에 '제3차 파주 적성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군인 추모제'에 참석해 적군(敵軍) 묘지를 참배했고, 2020년 2월 코로나19 유입으로 국내 '마스크 대란'이 예견될 당시, 마스크 15만장을 중국에 반출한 일도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정 의원은 △당시 '중국군·북한군 전사자 천도재'라는 이름으로 한·중불교문화교류회가 공동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던 것인데 '참배' 행위를 하지는 않았고 △중국에 마스크가 전달된 시기는 2월3일까지였으므로 한국의 마스크 부족 사태가 본격적으로 일어난 시기인 2월19일 대구 신천지 교인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전이어서 연관성이 낮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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