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마음의 병 앓는 내 아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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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나는 흐트러진 머리로 아이의 짧은 삶 속 여러 순간들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부부가 각자 근무하는 병원은 일찌감치 치료할 곳에서 지웠다는 것, 딸이 입원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격성이 드러나면서 힘들었다는 것, 아이가 병 때문에 힘들어할 때 대마초라도 흡입해서 고통을 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해외에 거주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것 등 딸과 함께한 7년의 투병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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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자는 딸 안나의 팔목에서 자해한 자국을 목격한다. 안나는 흔히 ‘조울증’이라고 알려진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는다. 조증과 울증이 교차하며 반복되는 병으로 치료받지 않으면 질환이 없는 이들에 비해 자살률이 30배나 높다. 돌이켜보면 징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는 ‘괜찮은 척하는 데 선수’였다. 저자는 대학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고, 남편도 병원에서 일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을 이해하는 건 전문지식이 있는 부부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은 진솔하다. 저자는 부부가 각자 근무하는 병원은 일찌감치 치료할 곳에서 지웠다는 것, 딸이 입원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격성이 드러나면서 힘들었다는 것, 아이가 병 때문에 힘들어할 때 대마초라도 흡입해서 고통을 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해외에 거주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것 등 딸과 함께한 7년의 투병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저자는 입원에 대해 불필요하게 중대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여러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도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고, 때에 따라 일생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다면 미리 입원하는 편이 낫다는 것. 치료와 일상 생활을 병행하며 스스로 제동을 걸기 어려울 때가 있기에, 삶에 이따금 브레이크를 잡아 주는 수단으로 입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과 가족들에게 “이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여느 신체질환과 다를 바 없는 질환임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의 질곡에서 고통을 덜 수 있을지, 그리고 가족 간에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손잡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이 책을 쓴 이유다.
저자는 묻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적 없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 데는 일이 얼마나 많나. 정신질환자라고 낙인찍지만 낙인이 없다고 정상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우울 증상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도 거의 없다. 어디까지가 질병인가? 누가 환자이고 누가 정상인가? 많은 이들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이 아닐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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