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검버섯·흰수염 늘고 수척, 대화하다 멍하니 있기도

오현석.강보현 2023. 9. 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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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단식 9일째 표정
9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8일 윤석열 정부의 내각 총사퇴와 국정 방향 전면 전환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민주주의 파괴, 민생 파괴, 한반도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국정 방향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총리를 포함한 내각이 총사퇴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총리와 장·차관 등 정부 공직자들이 국회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국민과 싸우겠다고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관철되는 것 같다”라고도 비판했다.

정부 비판 메시지는 매우 강경했지만, 이날로 단식 9일째에 접어든 이 대표의 얼굴은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특히 검버섯과 흰 수염이 부쩍 늘었다.

그는 김동연 경기지사를 만났을 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이렇게 내버려두면 (정권의) 무한 폭주를 막을 길이 없다”고 했지만, 다른 일반 지지자를 맞을 때는 눈인사만 하거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는 당 관계자들에게 “따로 (인사)하면 힘드니 정수가 되면 모아 한 번에 하세요”라거나 “메모를 주든지 하고, 웬만하면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요청했다. 한 원외 인사에게 “책이라도 보려고 두세 권 준비했는데, 첫 페이지에서 안 넘어가 포기했다”고 토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대표는 이날 주변 의원들이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도 시선을 멍하니 두거나, 목을 채 가누지 못해 고개를 숙일 때도 있었다. 최고위 이후 한 시간가량 손님을 맞이한 뒤에는 아예 천막에 마련된 매트에 누워 20분 남짓 눈을 붙였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밤에도 당 대표실 안에 놓인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어서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많이 힘들어하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서는 공식 일정 소화조차 버거워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의원총회를 앞두고 이 대표는 “(의총장) 의자에 (앉아있기) 힘들다”며 주저했다. 이후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의 부축을 받고서야 절뚝거리며 의원총회장에 들어갔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를 때도, 맨 뒷자리에 앉은 이 대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본회의 시작 50분이 지났을 땐 옆자리 의원에게 “대표실, 대표실”이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어제저녁부터 피부도 이상해지고, 표정도 급격히 달라졌다”며 걱정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는 한계 상황인데, 단식을 끝낼 ‘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민생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 등 3가지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는데, “세 가지 모두 관철하기 불가능한 요구”라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많았다.

그렇다고 여당이 대신 이 대표의 출구를 열어줄 가능성도 현재로썬 전혀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단식 중단 요청 의향을 묻는 물음에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내일 출석 앞둔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한 게 “민주당 차원의 출구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여권에서 교체설이 나오고 있는 이 장관을 콕 집어 해임을 요구했고, 그마저도 “이 장관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것”(강선우 대변인)이라고 후속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좁힌 것 자체가 단식을 중단할 명분을 쌓아나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9일 오전 10시 30분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올해 들어 5번째 검찰 조사다. 수원지검 측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구급차를 청사에 불러놓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당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검찰 조사만큼은 어떻게든 두 발로 꼿꼿이 들어가 끝까지 맞서고 나오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몇 시간 만에 검찰 조사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강보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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