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바X, 경주 순댓국 맛집까지 알려줘…“체급 작지만 강점”

2023. 9. 9. 00: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종 생성형 AI 사용해보니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24일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지난달 28일, 늦은 여름휴가를 며칠 앞둔 기자는 요즘 똑똑해졌다는 인공지능(AI)한테 국내 여행지 관련 정보를 얻기로 결심했다. 염두에 둔 여행지는 ‘천년의 고도’인 경북 경주. “경주에 가서 어느 숙소에 묵으면 좋을까?” 먼저 해외 생성형 AI 챗봇 ‘챗GPT’와 ‘바드’한테 물었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하고 오픈AI가 개발, 지난해 말 출시돼 전 세계적인 생성형 AI 열풍을 주도한 챗봇이다. 바드는 구글이 MS를 따라잡기 위해 올해 3월 선보인 챗봇이다. 그런데 두 AI의 답변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숙소 후보지 중 챗GPT는 ‘와이피플 한옥스테이’를, 바드는 ‘더 리버사이드 호텔’을 각각 추천했다. 하지만 와이피플 한옥스테이는 아예 없는 곳이고, 더 리버사이드 호텔은 서울에 있을 뿐 경주엔 없다.

글로벌 시장 5년 후 10배 성장 전망

둘 다 한국을 깊이 있게(?) 학습한 AI는 아닌 때문인지 국내 실정엔 밝지 않은 느낌이다. 이번엔 네이버가 지난달 24일에 베타 버전으로 공개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의 챗봇 ‘클로바X’한테 묻기로 했다. 공개 이후 이용자가 몰려 서버가 혼잡해졌는지 대기 등록부터 해야 했다. 이튿날인 29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e메일을 받고서 다시 접속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클로바X는 몇 곳의 후보지를 추천해줬다. 검색하니 모두 실제 경주에 있는 숙소였다. 이번엔 경주의 순댓국 맛집을 물어봤다. 클로바X는 이번에도 실제 있는 곳들을 알려줬다. 한 곳을 골라 이곳의 인기 메뉴가 뭐냐고 물었더니 전체 메뉴를 보여주면서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챗GPT가 쏘아올린 글로벌 생성형 AI 대전(大戰)의 화염이 한국으로 옮겨 붙었다. 지난 5년간 1조원 이상을 AI 분야에 투자한 네이버가 선봉장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구글이나 아마존, 메타 등의 서비스와 일대일로 비교하면 체급은 작지만 확실한 강점이 있다”며 “한국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생성형 AI라는 점”이라고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했다. 네이버 측 설명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는 기존의 해외 생성형 AI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학습한 게 특징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50년치 뉴스와 9년치 블로그 데이터를 학습, 한국의 사회·문화 등을 맥락까지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지역 특화 데이터를 집중 학습시켜 강점을 극대화했다”며 “해외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생성형 AI는 텍스트와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트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트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각 콘텐트의 패턴을 학습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추론해서 콘텐트를 재창조하기 때문에 기존 AI보다 참신한 결과를 낸다. 이 때문에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양적인 성장세도 무섭다. 시장 조사 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은 올해 37억360만 달러(약 4조9000억원) 규모에서 2028년 363억5810만 달러(약 48조1000억원)로 5년 사이 10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 전체 AI 시장 규모가 올해 2조6000억원에서 2027년 4조5000억원으로 커질 전망(IDC 집계치)이지만 생성형 AI 분야에선 미국 등 선진국 대비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요성을 실감한 국내 대기업도 기술 보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생성형 AI 시장에 속속 가세 중이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중 ‘코(Ko)GPT 2.0’을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2021년 선보인 기존 AI 하이퍼클로바를 하이퍼클로바X로 발전시킨 것처럼 카카오도 2021년 공개한 코GPT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국어 특화 모델로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코GPT 2.0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접목해 차별화한 각종 서비스를 후속 출시한다는 계산이다. LG그룹도 적극적이다.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을 통해 자체 개발한 AI 엑사원을 2021년 공개한 데 이어 올해 7월엔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생성형 AI로서 정확성을 더하기 위해 4500만 건의 전문 문헌과 3억5000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한 게 특징이다. LG그룹은 엑사원 2.0을 LG전자의 스마트홈 등에 다각도로 접목, 부가가치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증시 AI 열풍, 닷컴 버블 때와 유사”

국내 다른 주요 대기업도 생성형 AI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SDS는 기업 간 거래(B2B)용 생성형 AI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그간 AI를 토대로 법무법인 고객의 노후한 법무 시스템이나 건설사의 안전 관리 시스템 등의 자동화를 지원했던 삼성SDS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한층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공개한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에 챗GPT를 활용한 채팅 기능을 올해 6월 추가하는 등의 업그레이드를 했다. KT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생성형 AI ‘믿음’을 자사 메타버스나 헬스케어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한국형 AI 흥행 성공의 관건은 일반 이용자나 기업 등의 고객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다. 생성형 AI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는 있지만 챗GPT나 바드 같은 선두주자마저 종종 부정확한 결과를 낼 만큼 보완점도 적지 않다. 이들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학습했다는 하이퍼클로바X도 한국에 대한 질문 일부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클로바X한테 서울 시청역에서 강남역까지 지하철 경로를 물으니 5개 역을 통해 약 17분이 소요된다고 답변했지만, 실제로는 21개 역을 통해 총 41분가량이 걸린다. 기존 AI 대비 생성형 AI의 핵심 차별점인 창작에서도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시를 한 편 지어 달라”는 부탁에 클로바X는 “요청에 따라 시를 작성할 순 있지만, 창작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갖고 있지 않아 높은 수준의 시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며 원하는 주제 등의 추가 키워드 입력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생성형 AI에 대한 당장의 과도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생성형 AI가 향후 수년간 고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과거 아이폰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다”며 증시 등의 과대평가에 주의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생성형 AI가 지금처럼 ‘신기한 챗봇’ 정도 이미지로 소비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이를 기반으로 아이폰에 비견될 만큼 혁신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가 나와야 진정한 블루오션이 창출된다는 요지다. 블룸버그도 전문가를 인용, “증시에서 최근 AI 열풍은 과거 ‘닷컴 버블’ 때와 매우 비슷하다”며 과열을 경고했다. 영국 자산 운용사 TAM의 제임스 페니 최고투자책임자는 “AI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모든 회사 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 MS 챗GPT 독주…구글은 기업용, 메타는 통번역 AI로 추격

「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려는 빅테크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챗GPT로 초반 승기를 잡은 MS에 더는 뒤처져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다른 빅테크를 에워싸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기업 고객용 ‘듀엣 AI’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듀엣 AI는 글로벌 이용자 수가 30억 명이 넘는 구글의 클라우드 협업 소프트웨어인 워크스페이스에 생성형 AI를 적용, 회의 내용 등을 요약해 이미지를 만드는 기능을 제공한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모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가 기업의 운영 방식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을 모두 바꿀 것”이라며 듀엣 AI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구글은 클라우드 분야에선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아마존과 MS에 이은 3위다. 이런 상황에서 MS의 선도적인 행보에 자극을 받았다는 게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의 평가다.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AI 시장 진입에 있어 일종의 포모(FOMO,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갖는 증상)가 있었다”며 “하지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개발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체계적으로 개발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일반 이용자용 듀엣 AI도 내년 초에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이 겨냥한 MS는 한 달 앞선 7월에 엑셀과 파워포인트 같은 자사의 대표적인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생성형 AI를 탑재한 ‘365 코파일럿’을 출시, 기업 고객 유치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선 또 다른 빅테크, 메타는 장기(長技)인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주력 중이다. 메타는 지난달 22일 최대 약 100개의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통번역 AI 모델 ‘심리스M4T’ 출시를 발표했다. 100개 언어는 텍스트 간 번역이 가능하고, 35개 언어는 음성에서 음성으로 또는 음성에서 텍스트로 변환이 가능하다. 예컨대 이용자가 영어로 “Nice to meet you(만나서 반가워)”라고 말하면 같은 뜻의 불어 음성으로 바꿔주는 식이다. 메타 측은 이 모델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