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확대·위안화 국제결제 강화…중, 미 중심 G7에 맞짱
미국에 맞선 시진핑 7대 전략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란, 중동 군사강국인 이집트, 남미의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초청하는 ‘요하네스버그 선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카이로에는 22개국(인구 4억 6200만)으로 이뤄진 아랍연맹 사무처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는 55개국(인구 13억 2100만)이 가입한 아프리카연맹(AU) 본부(범아프리카의회는 요하네스버그 소재)에 있다는 상징성이 있다.
올해 주최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참석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화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브릭스 회원국이 기존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확대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6%에서 3%포인트를 더해 29%가 된다. 미국 등 서방 중심의 주요 7개국(G7)이 44%, 그 외 국가들이 27%를 차지한다. 브릭스가 ‘글로벌 삼분’에 나서며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브릭스 확대에 대해 시 주석은 “브릭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며 신흥국·개도국의 연대협력에 새로운 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디오 연설에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을 늦추려는 적대자가 있다”며 미국과 서방의 견제 가능성을 경계했다.
눈여겨볼 점은 브릭스 확대가 그간 시큰둥했던 모디 총리와 룰라 대통령을 시 주석이 설득하면서 성사됐다는 사실이다. 브릭스의 외연 확장을 넘어선 시 주석 차원의 의도와 노림수가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브릭스 확대는 중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 등 G7 중심의 국제 질서·규범에 맞서려고 시 주석이 오랫동안 시도해 온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다. 브릭스를 통해 시 주석이 추진했던 프로젝트를 보자.
첫째, 시 주석은 글로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대항하기 위해 자국 통화인 위안(元)화의 국제결제수단화를 강력히 추진해 왔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위안화 결제비중은 지난 7월 3%를 넘어섰지만 42.02%인 달러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만 중국이 무역·자본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한 비율은 올해 2분기 49%에 이르렀다. 올해 브릭스 신규 회원국으로 초청된 국가 중에는 위안화 결제 선호국이 포함됐다. 브릭스 확대가 위안화의 국제결제수단화라는 중국의 국가목표와 관련이 크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이란은 핵개발 의혹에 따른 경제제재로 은행 간 국제결제가 불가능해 위안화 결제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이란은 브릭스 참여가 ‘미국의 일국주의에 대한 대항’이라고 강조한다.
아르헨티나는 450억 달러의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안은 데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자국통화인 페소화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달러 유출을 막으려고 올해 4월부터 중국 수입품은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다만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위안화가 아닌 ‘브릭스 통화’의 도입을 제안했으며, 올해 남아공도 이를 지지했다.
둘째는 브릭스 개발은행이다. 중국은 2015년 상하이(上海)에 브릭스 개발은행을 설립해 서방 주도의 IMF와 세계은행(WB)에 맞서려고 시도해왔다. 신규회원국 사우디·UAE·이집트는 물론 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와 남미의 우루과이도 브릭스개발은행에 가입했다. 중국이 앞으로 브릭스개발은행을 내세워 글로벌사우스(아프리카중남미·남아시아·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어떻게 확대할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중국이 2010년 제안한 새로운 국제 전자결제시스템인 브릭스페이다. 중국은 서방 금융업체가 주도하는 신용카드 대신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간편결제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보급해 왔다. 하지만 다른 회원국의 호응이 적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넷째는 중국이 2013년 상하이의 푸단(復旦)대에 설치한 브릭스 대학연맹이다. 회원국 간 대학연구데이터 공유가 목적이다.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요구하는 서방을 우회해 과학기술 분야 연구 성과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고 있다.
다섯째는 2015년 중국이 인도와 함께 제안한 브릭스 신용평가기관 설립이다. S&P·피치·무디스 등 서방기관이 독점해 온 국가신용등급 설정에 대한 반발이다. 중국과 인도는 서방기관들이 자국 국가신용등급을 저평가해 비교적 높은 금리로 해외 자금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여섯째는 브릭스가 주도하는 새 인터넷 연결망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2012년 회원국들을 잇는 새 해저케이블 설치를 제안했다. 15억 달러를 들여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중국 남부, 인도 남부, 남아공, 브라질을 거쳐 미국 마이애미까지 연결하는 것이 사업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곱째는 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원유 공급·소비·가격을 좌우하는 것이다. 중국이 주도한 이번 회원국 확대로 브릭스는 사우디·UAE·이란 등 대형 산유국이 신규 가입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는 세계 원유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13개국)와 러시아·카자흐스탄 등이 주축인 OPEC플러스(OPEC+·11개국)에 못지않은 발언권을 브릭스 차원에서 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이자 최대 수입국이다.
브릭스가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초청한 이면에는 단순한 외연 확대를 넘어선 중국의 글로벌 전략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이 브릭스 확대의 영향에 주목하면서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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