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헤리티지·공학…시계는 완벽한 창조물이다
필립스옥션 시계 아시아 수장 페라치
필립스, 예술·디자인 거래 글로벌 플랫폼
필립스는 20세기 및 21세기 예술과 디자인을 거래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20세기 및 동시대 미술·디자인·사진·시계·주얼리 분야에서 컬렉팅의 모든 측면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와 조언을 제공한다.
토마스 페라치는 소더비와 크리스티를 거쳐 2017년 필립스옥션에 합류하기까지, 세계 3대 국제 경매사를 모두 경험했고 시계 분야에서만 20년 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그랬던 그도 “푸이의 시계 경매는 3년이나 걸린 굉장한 프로젝트였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지난 8월 31일 방한해 한국의 시계 컬렉터들과 대화 시간을 가진 페라치를 만나 시계 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A : “그 프로젝트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3년 간 굉장히 많은 준비를 했고 앞으로 이런 멋진 프로젝트를 또 할 수 있을까 싶다.”
Q : 경매까지 3년이나 걸렸던 이유는.
A : “황제가 수감 중일 때 러시아 통역사에게 이 시계를 전달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통역사의 딸이 시계를 판매하면서 시장에 나오게 됐다. 스토리 자체만으로 이미 매력적이지만, 우리에겐 ‘이게 정말 황제의 것이 맞는가’ 검증할 시간이 필요했다. 컬렉터 등을 포함한 시계 전문가, 역사학자, 언론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 황제의 소유물이 맞는지 연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Q : 경매 시작가가 2500만 홍콩달러(한화 약 42억5000만원, 미화 약 318만 달러)였는데 어떻게 정한 액수인가.
A : “브랜드의 헤리티지 부서 등에 연락해서 해당 모델의 기록들을 모으고, 20년 전 제작된 동일한 이력의 모델이 최근 경매에서 판매된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3년 전 한 박물관에서 경매 낙찰 받은 시계의 가격이 미화 200만 달러였다. 이후 20년 이상 경력의 시계 컬렉터 등으로 꾸려진 자문단과 함께 이 시계만의 히스토리를 놓고 그 가치를 결정했다.”
Q : ‘시계 전문가’인 자문단 그룹에 실제 컬렉터들이 포함된 게 흥미롭다.
A : “수십 년간 직접 시계를 수집해 온 컬렉터들은 업계가 인정하는, 시계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로 실제로 그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열정이 있는 분들이고, 오랜 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시계들을 연구하면서 빈티지 시계 또는 시계 컬렉션에 관한 책을 출판한 이들도 많다.”
경매 매력은 신뢰할 만한 물건 나오는 것
Q : 시계가 경매에 나오는 경로가 궁금하다.
A : “첫 번째는 개인 소장자가 우리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위탁 판매를 직접 요청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이번 행사처럼 컬렉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가치 있는 시계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고, 소유자에게 ‘지금 시장에서 이런 모델들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판매해 보라’ 경매를 권하는 경우다.”
Q : 경매에서 인기 있는 시계는.
A : “개인적인 경험상 가치 상승은 세 가지 기준으로 결정된다. 첫째는 시계의 컨디션이다. 처음 출시됐을 때와 비교해 보관상태가 좋아야 한다. 두 번째 요소는 희소성이다. 리미티드 에디션처럼 생산량이 극도로 제한돼서 세계적으로 몇 개 안 되는 희소가치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요소는 얼마나 유명한 시계인가 하는 점이다. 푸이의 시계처럼 유명한 이가 소유했거나, 이미 명성 있는 국제적인 컬렉터가 소유했다는 게 검증되면 경매에서 놀랄 만한 기록을 세울 수 있다.”
2017년 필립스 뉴욕 시계 경매에서 영화배우 폴 뉴먼이 착용했던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시계가 미화 1775만 달러(한화 약 237억원)에 낙찰됐다. 손목시계 역사상 최고가다. 20세기 아이코닉한 시계로 손꼽히는 모델이었고 동시에 ‘전설적인 배우 폴 뉴먼의 시계였다’는 스토리까지 얹힌 경우다.
Q : 시계 경매에 참여하는 고객이 궁금하다.
A : “고객의 90%가 40대~60대 남성인데, 최근 몇 년 사이 연령대도 젊어지고 여성 고객도 늘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선 20대 중반~30대 중반 남성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업을 잇는 기업의 자제들 또는 신기술을 이용한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영 앤 리치’ 그룹이다.”
Q : 아시아 컬렉터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A : “필립스옥션 시계 부문은 2015년부터 시작됐는데 아시아 고객이 50%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시장도 연간 20%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
경매가 한 번 열리면 평균 200~250개의 시계가 출품되는데, 토마스 페라치가 이끄는 홍콩 경매는 지난 2년 연속 100%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18세기 이후 시작된 시계 경매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기록이라고 한다.
Q : 경매의 매력은 뭘까.
A : “전문가들이 검증한 신뢰할 만한 물품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전 세계에서 온 컬렉터들과 경쟁해서 ‘내 것’으로 쟁취한다는 매력도 있다.(웃음)”
Q : 시계를 컬렉팅한다는 것의 매력은.
A : “열정의 완성이다. 디자인, 공학적인 매카니즘, 헤리티지 등 시계는 정말 ‘완벽한’ 창조물인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모델을 내 손목 위에 올려놓았다고 상상해보라. 너무 즐겁지 않은가.(웃음)”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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