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갈대도 ‘줏대’가 있다
김홍준 2023. 9. 9. 00:01
최문형 지음
윤인호 그림
솔과학
식물처럼 살고 싶었단다. 순응과 자족·생존의 힘, 배려와 봉사·관용의 품새, 두려움·아픔에도 꿋꿋함.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식물의 지혜를 뿌리째 건져 인간의 삶을 일깨운다.
지난여름. 수다스럽게 내린 비를 흠뻑 들이켠 수국은, 물을 닮았기 때문일까. 연두였고 희었으며, 연분홍과 은은한 푸름을 거쳐 청색과 보라색으로 변화무쌍했다. 변덕이라 탓하지 말자고 저자는 말한다. 자유와 변신, 순환의 미덕일진대.
가을. 바람 따라 눕는 갈대는 세상사에 휘둘리는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부당하다. 줄기를 텅 비워, 꺾이지 않게 눕다 바람 그치면 다시 일어서는 현명함과 자주적 삶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갈대는 줏대’임을 말하려 한다.
다가오는 겨울. 나무는 지난여름 수분 97%를 공기 중으로 버리는 대신 광합성을 위한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였다. 겨울은 더 버리고 비워 맞이할 계절. 법정이 말한 무소유이자 노자가 말한 허심(虛心·마음 비우기)이다.
다시 올 봄. 식물은 ‘아이’로 다시 태어나 삶의 전환점에서 폭죽처럼 꽃을 피운다. 동양철학·유학을 배우고 가르치다 문득 식물에 빠졌다는 저자의 글과 엔지니어 출신 숲해설가의 그림, 그 어울림이 만발한 꽃 같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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