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조미료 안 넣은 즉석 짜장면, 버섯·채소 풍성해 담백한 맛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춘장에 식은 면을 말아 먹는 중국식과는 달리 우리 짜장면은 춘장에 돼지고기와 양파·감자 등 채소를 고루 넣고 식용유에 볶은 뒤 전분을 풀어 묽게 끓인 소스를 뜨거운 면에 얹어 먹는다. 짜장 소스 위에 오이채나 완두콩을 얹고 입맛에 따라 식초·고춧가루를 더하고 단무지·양파를 곁들인다. 맛과 레시피가 우리 환경과 입맛에 맞게 놀라운 변신을 한 결과 한국식 중화요리로 진화한 것이다.
짜장면은 국물 없는 요리의 특성으로 1930년대부터 배달음식으로 등장했고, 60년대 전화기가 보급되면서 배달수요는 급격히 늘어났다. 70년대 알루미늄 철가방, 80년대 오토바이 배달로 이어지면서 외식시장과 배달시장을 아우르는 국민메뉴로 자리 잡았다. 짜장면은 과거 물가관리 대표품목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1960년대 15원에서 1970년대 중반 140원, 1980년대 350원 수준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상승해 지금은 평균가격이 6300원이다.
짜장면이 국민메뉴가 된 만큼 내노라 하는 맛집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지만 서대문구 대신동 연대 후문 길에 있는 ‘효동각 본점(사진1)’을 소개한다.
이 가게는 고기와 조미료는 전혀 없이 양파·마늘·생강·배추·양배추·호박·대파·버섯·다시마·감자 등 국내산 채소 재료만 쓴다. 진한 색의 짜장 소스가 일품인데 육수는 다시마와 채소 등으로 우려내며, 소스를 볶을 때 고기를 넣지 않지만 버섯을 비롯한 채소 등이 풍성해 식감과 맛이 뛰어나다. 심심하고 담백하면서도 맛깔 나는 건강한 짜장면이다. 면발도 부드러우면서 쫄깃해 짜장 소스와 잘 어울린다. 매일 그 날 사용할 음식재료만 준비하기 때문에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한다. 주문, 서빙에서 반납까지 모두 셀프다. 원조 정통 짜장면 8000원, 곱빼기 1만원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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