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뽑으려면 CEO 직접 뛰어야"…'인재 확보' 분주한 기업들
미래 경쟁력 강화 위한 기술 인재 확보 총력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정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국내외 핵심 인재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재 육성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발로 뛰는 사례도 흔하게 발견된다. 미래 사업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기술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경계현 반도체(DS) 부문 사장은 최근 서울대학교를 찾아 '꿈과 행복의 삼성 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반도체 인력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 위함이다. 이날 경계현 사장은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인력 확보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며 "여러분과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계현 사장이 학생들과 만남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과 6월 각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학교를 찾아 같은 주제로 강연을 실시했고, 앞으로도 강연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기업 CEO가 직접 인재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선 건 그만큼 반도체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반도체 중요도가 높아지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인력 수급이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31년 국내 반도체 인력 규모가 30만4000명으로 늘어나지만, 부족 인력 역시 5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0년 기준 6만7000개의 반도체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한 혜택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1일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이 미국 UC데이비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기술 인재에게 정년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기업들도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업계의 인력난은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산업 성장세에 비해 필요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수년째 나오고 있다. 한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고,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쏟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에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는 배터리학과를 설립하고, 지난 4월과 6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우수 R&D 인재 채용을 위한 배터리테크콘퍼런스를 여는 등 총력전 모드에 돌입했다. SK온 역시 울산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과 배터리계약학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 주도로 해외 주요 대학·연구소 대상 인재 채용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삼성SDI는 서울대, KAIST, 포항공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과 배터리 인재 양성 과정을 만들었다. 유럽·미국·중국 R&D 연구소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인재도 영입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닷새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현장에서는 채용 설명회를 실시했다. 행사에 참석한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기술·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게 사람"이라며 "유럽에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아 직접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배터리 회사의 직원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2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직원 수는 지난해보다 각각 17%, 57%, 7% 증가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업계로 유입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앞으로도 미래를 이끌어갈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게 배터리 3사의 입장이다.
통신 업계에서도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통신 회사를 넘어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 제공하는 '미래 기술 기업'을 목표로 삼으면서 기술 인재 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최근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LG유플러스다. 지난 6일 우수 개발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자사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기술력을 소개하고, 내부 개발자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TECH+U+' 행사를 열었다. 대상은 국내 주요 대학 컴퓨터공학 전공 졸업자, 관련 업계에 재직 중인 경력 엔지니어 등이었다. 또한, 글로벌 인재 영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9일과 10일 이틀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채용 행사 'LG유플러스 US 페어'를 연다. 양효석 최고인사책임자, 이상엽 최고기술책임자 등 경영진이 직접 나서 미국 주요 대학 석·박사 졸업자를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신사업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채용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KT의 경우 지난달 30일 취임한 김영섭 대표가 "미래 디지털 사회를 열기 위해선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인재 확보 행보를 예고한 상태다. KT는 현재 AI 인재 교육 과정인 에이블 스쿨과 국내 대학 AI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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