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페와 코스 요리도 즐긴 그곳
이해준 2023. 9. 9. 00:01
박현수 지음
한겨레출판사
이 책은 사진과 삽화, 소설과 신문기사를 솜씨 좋게 요리해 독자를 100년 전 경성의 맛집 10곳으로 데려간다.
1907년 개점한 첫 양식당 청목당은 삿포로·에비스 등 맥주 이름이 외벽에 네온사인으로 설치돼 밤을 밝혔다. 비프 스테이크와 위스키는 물론 비프 스튜와 콜드 비프, 오렌지로 만든 술 퀴라소와 흑맥주도 있었다. 당대 최고로 꼽힌 조선호텔 식당 이름은 팜 코트. 등나무 의자에 앉아 야자수를 바라보며 콘소메 수프로 시작하는 프랑스 코스 요리를 즐기는 가격은 3원. 요즘 가치로 15만원쯤이다.
개인적으로 스무살 넘어 맛본 뒤 감탄한 파르페는 본정1목 ‘가네보 프루츠팔러’에서 1930년대부터 판 디저트였다. 정원이 아름다운 일본 요리옥 화월은 깨끗한 방을 갖춰 사랑을 속살거리기 좋은 곳이었다. 김두한이 즐겨 찾은 종로의 설렁탕집 이문식당, 지금은 자취를 감춘 경성냉면을 팔던 동양루, 이상·이태준·박태원 등 문인들의 단골 카페 낙랑파라 등을 살피다 보면, 문득 요즘 못지않게 잘 먹고 재밌게 살았단 생각도 든다.
『찔레꽃』, 『마도의 향불』 등 책에 소개된 당시 소설 내용도 몹시 흥미롭다. 막장 드라마 뺨친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모던보이, 모던걸의 인스타그램을 엿본 것 같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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