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증가에 '호실적' 누리는 LCC…취약했던 ESG 경영 챙긴다
해외여행 몰리며 항공업계 호황…약점 꼽혔던 ESG 개선 박차
항공사 특성상 환경 부문 취약…기업 노력 더불어 정부 지원 필요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진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 LCC는 ESG 등급이 매우 취약하다는 지표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받았다. 이들은 올해 뚜렷한 매출 회복세와 함께 ESG 경영 강화에도 열을 올린다.
9일 <더팩트> 취재 결과, 국내 LCC 기업들이 ESG 지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팬데믹으로 닫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 LCC업계는 흑자 전환과 함께 세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 순위 해결 과제인 실적 부진을 해결한 업계는 그간 약점으로 꼽힌 낮은 ESG 등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ESG기준원의 평가에 따르면 LCC 기업의 ESG 등급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LCC 4개사(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의 지난해 ESG 종합등급을 살펴보면 △에어부산 D(매우 취약) △티웨이항공 C(취약) △제주항공 B(보통) △진에어 B+(양호) 등으로 취약하다는 평가가 절반을 차지했다. 에어부산은 2021년 C등급 평가에서 지난해 한 단계 강등됐고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도 한 단계씩 떨어졌다.
LCC업계는 ESG 경영을 선포하고 사내 ESG 협의체도 구성하는 등 본격 평가 등급 관리에 돌입했다.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은 올해 ESG경영을 공식 선포하고 장기 청사진을 발표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도 지난해부터 ESG 담당 인력을 배치해 대응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ESG 경영 필요성을 실감하고 올해 ESG 경영을 선포했다. 이제 장기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으니 곧 개선 계획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SG중 환경(E) 부문은 LCC기업 대체로 낮은 등급을 받았다. 전통적으로 연료 효율이 낮은 항공기를 다루는 기업인 만큼 탄소배출 절감이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연료 효율이 향상된 차세대 항공기를 앞다퉈 도입하며 이를 개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기존 항공기 B737-800NG 대신 연료 효율이 15% 이상 개선된 B737-8을 올 하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같은 기종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기존 항공기는 인천~방콕 노선 운항 시 평균 1만5400㎏의 연료가 필요한데, B737-8을 사용하면 부산~제주 노선을 한 번 띄울 정도의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가 기차나 자동차 등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연료효율이 낮은 편이다. 탄소 중립 등 에너지 효율이 환경 평가에 중요한 만큼 항공사가 불리한 점이 있다"며 "친환경 항공기나 연료를 꾸준히 도입한다면 지속가능한 환경 중심 경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S) 부문에서도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진에어는 청소년 진로교육을 회사 차원에서 진행, 보육원 시설 강화 등 지역사회에 다가가려 노력한다. 특히 제주항공은 사회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행기 탑승이 어려운 휠체어 고객을 위해 리프트카를 제공하고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 '모두락'을 설치해 장애인 고용률도 기준치(3.1%)를 충족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사회 부문 개선에 집중하고 이후 다른 부문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G) 분야는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의 큰 과제로 남았다. 에어부산은 지배구조 부문 D등급, 티웨이항공은 C등급으로 책정됐다. 올해 처음 발표한 두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배구조 핵심 지표를 대부분 달성하지 못한 걸로 나타났다. 에어부산은 준수율 26.7%로 핵심 준수지표 15개 중 11개를 충족하지 못했다. 티웨이항공은 20%에 불과했다. 제주항공은 73.33%로 비교적 높은 달성률을 보였다. 에어부산은 이와 관련해 경영 투명성 및 재무구조 개선 계획 추진안을 공시했다. 티웨이항공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감사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LCC 항공사도 다른 기업과 다르지 않다. 결국 투명한 경영, 수평적 의견 수렴, 고객의 수요에 맞춘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면 시대에 맞는 경영 구조가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5년부터 유럽연합에서 유럽을 통하는 모든 비행기에 바이오항공유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 세계 항공업계 트렌드도 ESG로 몰리고 있다. 항공업계는 ESG에서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계 흐름에 올라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도 환경 부문을 가장 개선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기간산업이다 보니 국제 기준이 변하는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우선 다른 쪽에 집중하는 모양새다"라고 토로했다.
이휘영 교수는 "유럽연합의 바이오항공유 의무화 문제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저비용 항공사엔 해당하지 않는 문제다. 그렇지만 유럽에서 시작된 항공업 탄소 절감 트렌드가 세계로 곧 퍼질 것이고, 그 때 LCC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며 "아직 바이오항공유를 생산하거나 상용화할 법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다. 미래를 내다보고 정부의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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