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학·심리학 동원해도…윤 대통령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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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귀신과 맥아더 귀신이 세트로 씐 게 아닐까." 지난 대선 때 윤석열을 찍은 한 친구의 말이다.
올봄까지도 이념이 밥 먹여주냐는 식이던 윤 대통령이 왜 갑자기 민생보다 이념이라고 급변침했는지 한때 '윤아일체'에 노력했던 자기도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념 타령이 1절, 2절, 3절, 거의 '뇌절'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정부·여당에서는 찍소리 못한다.
앞서 윤석열을 찍었던 친구는 다음 대선 이후로 최대한 아들의 입대를 미루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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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귀신과 맥아더 귀신이 세트로 씐 게 아닐까.” 지난 대선 때 윤석열을 찍은 한 친구의 말이다. 올봄까지도 이념이 밥 먹여주냐는 식이던 윤 대통령이 왜 갑자기 민생보다 이념이라고 급변침했는지 한때 ‘윤아일체’에 노력했던 자기도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누구는 극우로 변질한 뉴라이트 세계관을 과하게 받아들인 탓이라고 하지만, 그랬다기엔 표현 수준이 지나치게 저열하고 단순하단다. 무엇보다 남의 말을 안 듣는 분이니 무슨 세계관씩이나 학습했을 리 없다고 했다. 음, 그럴듯하다. 어차피 지지율은 그대로고, 현안은 뭉개면 그만이다. 무력한 야당도 뭘 어쩌지 못한다. 새삼 새로운 ‘도발’을 할 유인이 없는데 느닷없이 이념을 내세운 건 정말 귀신 탓인가.
다른 친구의 분석도 들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을 찍었으나 지금은 ‘윤석열+이재명=이모양이꼴’이라고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올린 친구다. 윤 대통령의 이념 과잉은 콤플렉스 탓이란다. 나름 열심히 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이념 전쟁’으로 ‘인정 투쟁’을 벌이는 거란다. 스스로 부족함을 자인하고 해법을 찾으면 좋겠지만 콤플렉스 많은 이에게 그건 세상 가장 어려운 일이니, 화살을 돌렸다는 거다. 자기의 적대 세력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준동하는 탓이라고 여기다 못해, ‘비판 세력=반국가 세력’이라며 자신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지경이 됐다고 걱정했다.
심령학과 심리학까지 동원해봐도 윤 대통령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공산전체주의’보다 ‘용산 전체주의’가 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는 듯하다. 대통령의 이념 타령이 1절, 2절, 3절, 거의 ‘뇌절’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정부·여당에서는 찍소리 못한다. 도리어 장단 맞추느라 바쁘다. 참모는 대통령의 의중을 ‘고위관계자 성명’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으로 포장해 전한다. 거의 ‘최고 존엄’이다. 북조선인 줄.
말 많고 목소리 큰 대통령이 정작 해야 할 말은 하지 않는다. 대민 지원을 나간 해병대원이 보호 장비 하나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다 급류에 떠밀려 목숨을 잃었으나 대통령의 ‘육성’은 들리지 않았다. 대변인을 통해 서면으로 애도를 표한 게 전부이다. 진상이 밝혀지기는커녕 상황이 엉뚱하게 흘렀다. 장관 결재까지 마친 수사가 경찰 이첩 직전 엎어졌고, 수사단장은 난데없이 항명죄를 썼다. 뚜렷한 이유는 없다.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만 무성하다. 국방부 장관부터 해병대 사령관까지 도무지 영이 서지 않는데 대통령은 나 몰라라다. 격노했는지 안 했는지 스스로 밝히면 간단한데 말이다.
안보가 중요하다면서 군 기강을 이렇게 흩트려도 되는 것일까. 자기가 일을 맡긴 이들을 이렇게 바보로 만드는 지도자라니. 요새 공무원들은 밤잠 설쳐 일기를 쓴다는 말이 돈다. 훗날을 대비해 꼼꼼한 기록은 필수라고. 부담스러운 문서에는 연필로 슬쩍 ‘맥락’을 낙서하듯 남겨놓기도 한단다.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단 한 분’의 취향과 변덕에 따라 각자도생하는 형국이다. 잘 버티길 응원한다.
앞서 윤석열을 찍었던 친구는 다음 대선 이후로 최대한 아들의 입대를 미루겠다고 했다. “비 많이 오면 못 나가게 하고(오송 참사) 붐비는 데는 가지 말라고 하겠지만(이태원 참사) 군대를 못 가게 할 수는 없으니까. 가서 명령을 어기라고 할 수도 없고”라고 했다. 고 채 상병 유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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